점심때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사로운 표정으로 모두들 이중 천으로 만들어진 초록색 식당 텐트 속에 모여 앉았다.

"라임 주스로 하겠소, 아님 레몬 스콰시로 하시겠소?"

매코머가 물었다.

"나는 짐레트로 하지요." 로버트 윌슨이 대답했다.

"저도 짐레트로 할래요. 무어라도 좀 마셔야겠어요." 매코머의 아내가 말했다.

"그게 좋을 것 같군." 매코머도 찬성했다.

"짐레트로 세 잔 줘."

식당 보이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텐트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다. 보이는 그 바람을 받아 흠뻑 젖어 있는 냉각용 가죽 주머니에서 술병을 꺼냈다.

"저 사람들에게 얼마나 주면 될까?" 매코머가 물었다.

"일 파운드만 주면 충분합니다." 윌슨이 대답했다. "버릇을 나쁘게 하면 안되니까요."

"추장이 나누어줄까?"

"그럼요."

프랜시스 매코머는 반 시간 전에 요리사, 보이, 가죽 벗기는 사나이, 그리고 인부들의 팔과 어깨 위에 올려 얹혀져 캠프 끝에서 여기 텐트까지 의기양양하게 운반돼 왔다. 엽총 운반인들은 이 개선 행렬에 끼어들지 않았다. 토인 소년들이 그를 텐트 문앞에 내려놓자, 그는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축하를 받았다.

그는 그러고 나서 텐트 속으로 들어가 아내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내는 잠시 후 들어와서도 그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는 곧 밖으로 나가 휴대용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식당 텐트로 건너갔다. 거기 앉아 그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늘 밑 안락의자에 앉았다.

"드디어 사자를 잡은 겁니다." 로버트 윌슨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 엄청난 놈이지요."

매코머 부인이 힐끗 윌슨을 쳐다보았다. 여자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오 년 전만 해도 그녀는 화장품 광고에 자신의 사진을 넣는 모델료로 오천 달러를 받기도 했다. 물론 그녀는 그 화장품을 한 번도 써본 일이 없다. 그녀는 아직도 그러한 미모와 사교계에서의 위치를 아직 유지하고 있었다.

여자가 프랜시스 매코머와 결혼한 지 이제 십 년 하고도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아주 굉장한 사자였지?" 매코머가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남편을 쳐다보았다. 여자는 마치 이 두 사나이를 처음 보는 것처럼 그들을 쳐다보았다. 둘 중 하나인 백인 사냥꾼 윌슨을 여자는 여태까지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윌슨은 머리카락이 모래빛이고 입 주위 수염이 무성한, 중키의 사나이였다. 얼굴이 몹시 붉고, 파란 눈은 무척 싸늘해 보였다. 눈가에 희미한 주름이 잡혀 웃을 때 고름이 패이는 것이 유쾌한 인상을 주었다.

그 윌슨이 지금 여자에게 미소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그의 억센 어깨부터 쭉 훑어 내려갔다. 헐렁한 웃옷 왼쪽 호주머니 자리에 커다란 탄약 상자가 네 개 고리에 매달려 있었다. 여자는 햇빛에 그을린 갈색 손등을 거쳐 낡은 바지와 흙투성이 장화를 훑은 뒤, 다시 그의 붉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햇빛에 그을린 밤색 얼굴 윗 부분이 모자의 자취 때문에 둥그렇게 하얀 선을 그려놓고 있었다. 그의 스테트슨 모자는 지금 텐트 기둥 못에 걸려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사자를 위해 축배를 듭시다." 로버트 윌슨이 말했다. 그는 또다시 여자에게 미소를 던졌다. 여자는 따라서 미소를 짓지도 않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초리를 남편에게 돌렸다.

프랜시스 매코머는 키가 무척 크고, 뼈대가 굵지는 않았지만 무척 당당한 체격이었다. 얼굴은 햇빛에 그을려 거무스름했고 머리칼은 뱃사람들처럼 짧게 깎았다. 입술이 다소 엷은 편이지만 그만하면 미남자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윌슨이 입은 것과 같은 사냥복을 입고 있었지만 윌슨 것보다는 새것이었다. 나이는 서른 다섯, 늘 건강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몸의 상태는 무척 좋았다.

그는 테니스를 잘하고 낚시에도 취미가 있어 큰 고기를 낚은 기록이 몇 개나 있었다. 그러나 바로 조금 전에, 그는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만 겁쟁이의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 사자를 위해서..." 그는 말했다.

"당신 도움이 너무 컸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의 아내 마카레트는 남편에게서 눈을 돌리고 윌슨을 돌아보았다.

"사자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합시다." 여자가 말했다.

윌슨은 미소를 띄우지도 않고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여자쪽에서 그에게 미소를 던졌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었어요." 여자가 말했다. "낮에는 천막 속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어야 했겠죠?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던가요?"

"쓰고 있는 게 좋죠." 윌슨이 대답했다.

"얼굴이 정말 붉으시군요, 윌슨 씨." 여자가 이렇게 말하고 다시 웃음을 던졌다.

"술 때문이죠."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프랜시스도 술이야 늘 많이 마시지만 얼굴은 전혀 붉어지지 않거든요."

"나도 오늘은 얼굴이 붉어졌어." 매코머는 농담을 하려고 했다.

"아뇨." 마가레트가 부인했다. "오늘은 제가 얼굴이 붉어졌지요. 그러나 윌슨 씨는 언제나 얼굴이 붉어요."

"아마 인종이 다른 모양입니다." 윌슨이 말했다.

"하지만 제 이 잘생긴 얼굴을 놓고 험담하려고 그러시는 건 아니겠죠?"

"이제 겨우 얘기를 꺼냈을 뿐이에요."

"그만 집어치웁시다." 윌슨이 말했다.

"이야기가 점점 어려워지는군요." 마가레트가 말했다.

"어리석은 얘긴 집어치워, 마고트." 여자의 남편이 말했다.

"별로 곤란한 얘긴 아닙니다." 윌슨이 말했다.

"그저 굉장한 사자를 한 마리 잡았을 뿐이죠."

마고트는 두 사나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두 사나이는 그녀가 울상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윌슨은 아까부터 그녀가 울지나 않을까,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매코머는 그걸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그런 창피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여자는 울먹거리며 자기 텐트로 가버렸다. 울음 소리를 내지는 않았으나 입고 있는 장미빛 열대 셔츠 밑으로 두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이 보였다.

"여자들은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가 봅니다." 윌슨은 키 큰 사나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말입니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별 것 아닌 것에도 마음이 쓰이곤 하는 거지요."

"아니오." 매코머가 말했다. "나도 앞으로 일생 동안 그 일 때문에 고민하게 될 것 같소."

"쓸데없는 소리... 사냥꾼다운 배짱을 가져야 합니다." 윌슨이 말했다. "모두 다 잊어버리세요. 그 일 따위는 전혀 상관 없어요."

"잊어버리려고 애는 쓰겠어. 하지만..." 매코머가 말했다. "당신이 나를 위해서 해준 일은 잊지 못할 거야."

"원, 천만의 말씀. 별로 대단치도 않은 걸 가지고..." 윌슨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