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저 낯짝이 벌건 자식, 저 돼지 같은 자식이 싫어!" 매코머는 말했다. "저 자식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난단 말이야."

"그 사람은 정말 훌륭한 분이에요."

"입 닥쳐!" 매코머는 거의 외치다시피 말했다. 바로 그때 자동차가 와서 식당 텐트 앞에 멈춰 섰다. 운전수와 흑인 엽총 운반인 두 명이 차에서 내렸다. 윌슨이 다가와서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그들 부부를 보았다.

"지금 사냥을 나가시겠습니까?" 그는 물었다.

"그래." 매코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지."

"털옷을 가지고 가는 게 나을 겁니다. 차 안이 추우니까요." 윌슨이 말했다.

"전 가죽 잠바를 가지고 가겠어요." 마고트가 말했다.

"그건 심부름꾼이 가지고 있습니다." 윌슨이 그녀에게 말했다. 그는 운전수와 함께 앞 좌석에 나고, 프랜시스와 그의 아내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뒷좌석에 앉았다.

이 멍청한 거지 같은 자식이 설마 내 뒤통수에 총을 갈기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윌슨은 생각했다. 사냥 여행에서는 여자란 정말 귀찮은 것들이야...

잿빛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자동차는 자갈 투성이의 길을 내려가 강의 얕은 곳을 건넜다. 그 다음 깎아지른 듯 가파른 강 기슭을 기어 올라갔다. 그 전날, 삽으로 길을 만들어 두도록 지시했던 곳이다. 그래서 그들은 건너편 나무 숲이 들쭉날쭉 서 있는 곳까지 차를 몰고 있었다. 마치 공원처럼 보이는 숲이었다.

상쾌한 아침이다... 윌슨은 생각했다. 이슬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차 바퀴가 풀과 낮은 덤불을 헤치고 지나가자 윌슨은 키가 작은 이파리 식물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아마 바베나의 냄새이리라. 자동차가 이른 아침 길도 없는 공원 같은 곳을 지나갈 때, 이슬이 서린 식물이나 짓밟힌 고사리의 냄새, 새벽 안개 속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나무줄기의 거뭇거뭇한 모양이 그는 좋았다.

지금 그는 뒷좌석에 앉아 있는 두 남녀의 생각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다만 물소 생각에만 잠겨 있을 뿐이었다. 지금부터 쫓아야 할 물소란 놈은 낮에는 수풀이 우거진 깊은 늪에 숨어 있기 때문에 도저히 쏘아 맞힐 수가 없다. 그러나 밤이 되면 물소는 풀을 뜯어 먹으려고 넓은 초원으로 나온다. 차를 몰아서 놈들이 모여 있는 늪 사이를 비비고 들어가면 매코머가 넓은 들판에서 여유 있게 그 놈들을 쏠 수 있겠지.

매코머와 함께 무성한 덤불 속에 들어가 물소를 몰아대고 싶지는 않았다. 매코머하고는 물소건 다른 무슨 짐승이건 전혀 같이 사냥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런 것이 직업 사냥꾼의 비애라는 것이다. 젊고 혈기가 왕성했을 때는, 정말 괴팍스러운 꼴통들과 함께 사냥을 한 적도 있었다.

만약 오늘 물소를 잡게 되면, 다음에는 코뿔소 정도가 목표가 되겠지. 그렇게 되면 이 처량한 자식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냥 여행도 그럭저럭 마무리되는 셈이다. 그러면 결말이 지어지고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여자하고도 이 이상 뭘 어떻게 해볼 생각은 없다. 매코머와의 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잊혀지리라.

하는 꼬라지를 보니, 이 친구는 전에도 이런 일을 몇 번씩 당한 것 같다. 이 불쌍한 거지 같은 자식아... 이 자식은 그래서 그런 못 볼 꼴도 대충 견뎌내는 그런 방법을 저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건 틀림없어. 글쎄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자기 스스로 저지른 실수란 말일세...

이 로버트 윌슨이란 작자는 사냥 여행을 나갈 때면 항상 더블베드를 가지고 다녔다. 언제 뜻밖의 행운이 갑자기 굴러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단골 손님들과 함께 사냥을 나간 적이 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뒤섞인 일행을 이끈 적도 있었다. 스포츠라면 사죽을 못 쓰는, 행동이 방탕한 무리들에게 고용된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행들 속의 여자들은 직업적인 백인 사냥꾼과 동침하지 못하면 돈을 써가며 사냥 여행을 온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썩 마음에 드는 여자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헤어진 뒤에 생각해 보면 모두 다 경멸스러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런 무리들 덕분에 밥을 먹고 살아온 것이다. 그들에게 고용된 동안에는 그도 그들의 표준에 따라 행동을 했을 뿐이다.

총을 쏘는 것 외에 다른 모든 일에서는 그들이 그의 표준이어야 했다. 다만 사냥에 있어서만은 그는 자기 자신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사냥에서는 그들은 그의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다른 사냥꾼을 고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모두 자신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매코머란 작자는 이상한 녀석이다. 제기럴... 이 자식만 없다면... 그런데 녀석의 아내는? 그렇지, 녀석의 아내지. 그녀는 녀석의 마누라란 말이다. 흥, 아내라고? 제기럴, 그 따위는 모두 잊어버려라. 그는 고개를 돌려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매코머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앉아 있고, 마고트는 미소를 띠며 윌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그녀는 유난히 젊어 보였다. 다른 때보다 더욱 순진해 보이고 더욱 신선하다. 창녀의 아름다움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여자가 머리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간밤에 이 여자는 별로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 여자의 얼굴만 봐도 무척 즐거워지지 않느냐...

자동차는 천천히 오르막을 기어올라 나무들 사이를 달려갔다. 그리고 풀이 무성한 넓은 초원의 빈터로 나왔다. 운전수가 자동차 속도를 늦추었다. 그리고 들판의 주위 잘 보이지 않는 곳을 골라 천천히 차를 몰았다. 윌슨은 초원 너머 저쪽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윌슨은 차를 멈추게 하고 쌍안경으로 들판을 샅샅이 살폈다. 그런 다음 몸짓으로 운전수에게 다시 앞으로 나가도록 했다. 자동차는 울퉁불퉁 패인 들판의 구멍을 피해 흰개미 집을 비켜가며 천천히 굴러갔다. 그때 들판을 살펴보고 있던 윌슨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기 있습니다."

자동차는 튀어오르 듯 달려나갔다. 윌슨이 운전수에게 스와힐리 말로 재빨리 뭐라고 말했다. 윌슨이 손가락질하는 곳을 바라보니 거대한 검은 짐승 세 마리가 매코머의 눈에 띄었다. 길고 묵직한 몸뚱이가 마치 둥근 원통 같았다. 커다란 검은 물탱크 차 같기도 하다. 짐승들은 초원의 저 끝을 달려서 건너가고 있었다. 번쩍 치켜든 그 머리 끝에, 위로 솟아오른 검은 뿔이 보였다. 그러나 머리를 흔들고 있지는 않았다.

"세 마리 모두 늙은 물소들이군." 윌슨이 말했다. "습지에 가기 전에 놈들의 길을 가로막아야 합니다."

차는 시속 45마일의 속도로 들판을 달리고 있었다. 매코머의 눈에 물소가 점점 크게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잿빛 털을 가진, 우둘투둘한 피부의 거대한 물소 한 마리가 분명히 눈에 드러났다. 어깨 사이에 목이 푹 파묻혀 있고, 뛰어가는 흔들림에 맞춰 검은 뿔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 앞에는 다른 두 마리가 몸을 앞으로 내민 채 곧장 달려가고 있었다.

차가 한 번 크게 흔들리며 길을 뛰어넘자, 일행은 물소에 무척 가까워졌다. 넘어질 듯 앞으로 달려가는 물소의 거대한 몸집, 털이 듬성듬성한 피부는 먼지 투성이다. 뿔은 양쪽으로 넓게 벌어졌고, 넓은 콧등에 콧구멍이 드러나 보였다. 이 모든 것을 보자, 그는 총을 집어들고 사격 자세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윌슨이 외쳤다.

"차에서 쏘면 안돼요, 바보처럼..." 이때 그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오직 윌슨에 대한 증오만을 느꼈을 뿐이다. 브레이크가 걸리고 차는 옆으로 미끄러지며 거의 멈춰섰다. 윌슨이 한쪽 문으로, 그는 다른 쪽으로 해서 차에서 내렸다. 땅이 아직 흔들려 그는 발을 비틀거렸다. 그러나 곧 총을 치켜들고 달아나는 물소를 겨냥해 쏘았다.

총알이 한 발 두 발 물소 몸에 들어맞는 소리가 들렸다. 물소는 그래도 우직하게 계속 달리고 있다. 그는 총알을 있는 대로 계속 쏘았다. 이때 겨우 앞 어깨와 어깨 사이를 집중적으로 쏘아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시 총알을 재려고 총을 만지작거릴 때 물소가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무릎을 꿇고 커다란 머리를 앞으로 내젓고 있었다.

나머지 두 마리가 계속 달리는 것을 보고 매코머는 이번에는 앞에 선 놈을 쏘아 맞추었다. 그리고 또 쏘았다. 이번에는 맞지 않았다. 그는 꽝 하고 울리는 윌슨의 총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앞에 선 물소가 거꾸로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 또 한 마리를 쏴요." 윌슨이 소리쳤다. "지금 쏜 것 말이오."

그러나 물소는 여전히 유유한 발걸음으로 뛰고 있었다. 그가 쏜 총알은 물소를 맞추지 못하고 푹 하고 먼지만 일으켰다. 윌슨도 맞추지 못해 먼지가 구름처럼 솟아올랐다. 윌슨이 외쳤다.

"갑시다. 거리가 너무 멀어요." 윌슨은 부르짖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 그들은 다시 차에 올라탔다. 매코머와 윌슨은 차의 양쪽에 매달려 우둘투둘한 지면을 흔들리며 돌진했다. 똑 같은 속도로 여전히 넘어질 듯 앞으로 곧장 달려가는 물소를 뒤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