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집(2) - 정말 다 지었구려
'옳지. 이놈이 남의 계집을 빼앗아왔다. 그렇지 아니하면 이 계집이 다른 수놈의 노림을 받고 있다?'
나는 이런 궁리를 하게 되었다. 두 가지가 다 상서롭지 못한 일이었다.
이날 U대사가 찾아왔다. 나는 그에게 우리 집 제비가 하루 U역사를 하고는 사흘째나 쉬고 있다는 사정을 말하였다. 그러나 그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의 덕과 복을 의심하여서 걱정이 된다는 말까지는 아니하였다.
U대사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제비 중에도 그런 놈이 있어. 제 집을 두고도 동넷집에 댕기면서 여기도 집을 좀 지어보고 저기도 집을 좀 짓다가는 내버리고, 그런 버릇을 가진 놈이 있습니다. 아마 그런 놈인가 보오."
하고 줄에 앉아 지저귀는 우리 제비를 바라본다.
"하, 하"
하고 나는 U대사의 말을 재미있게 생각하였다. 그러면 우리 제비가 과연 그런 놈인가. 그렇다면 그는 나를 모욕하는 괘씸한 놈이다. 그러나 역사를 쉬면서도 제비 내외는 우리 집에서 자는 것을 보면 다른 데 집을 두고 우리 집을 장난터로 아는 제비는 아닌 상 싶었다.
혹시 수놈이 딴 계집을 데리고 나온 것일까. 그래서 날마다 찾아와서 한바탕씩 야단을 치고 가는 제비는 그 본서방일까, 또 본여편네일까. 그 어느 편이라 하여도 괘씸한 일이어서 집에 붙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나흘째 되던 날 우리 제비들은 역사를 계속하였다.
"야아, 우리 제비가 역사를 한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나는 동네방네 다 듣소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인제 망신살을 벗었다. 제비가 집을 짓다가 그만두고 갔대서야 낯을 들 수가 있는가. 나는 제비들에게 절을 하고 싶도록 고마웠다. 기뻤다.
제비들은 참말 열심히 흙을 물어들였다. 조것들이 지치거나 아니할까 하리만큼 부지런히 흙을 물어다가 대가리를 마치삼아 흔들면서 만 년 가도 무너지지 말라고 힘있게 꼭꼭 박는다.
집은 당일로 한 치 이상이나 올라갔다. 검불이 너슬너슬 달린 것을 제비는 입으로 물어서 나꿔채었다.
"허, 허, 금년에도 큰물 나겠는걸."
하고 T노인이 걱정하였다. 제비 집에 티검불이 너슬너슬 달리면 큰물이 나고 맹숭맹숭하면크게 가문다고 한다.
"금년에는 암만해도 큰물이 올 듯해. 꿩이 산꼭대기에 알을 낳았단 말야."
하고 Y노인이 또 한숨을 쉬었다.
내게는 큰물보다도 또 걱정이 생겼다. 이튿날 또 제비가 역사를 쉬었다. 그러고는 마치 무슨 일난 집 식구들 모양으로 제비들은 후줄근해서 하루의 대부분을 줄에 앉아서 웅숭그리고 있었다. 대체 또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고.
또 이삼 일을 지나서 다시 제비들은 역사를 시작하여서 이날은 더욱 부지런하게 서두르는 모양이더니 당일로 집을 낙성이 되고 말았다.
"정말 다 지어놓았구려."
하고 괜히 믿지도 말라고 빈정대던 W씨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또 이 삼일을 쉬었으나 인제는 나도 제비들의 뜻을 알았기 때문에 태연하였다. 그들이 역사를 쉰 것은 마음이 변한 것도 아니요 게으름을 핀 것도 아니요 흙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어리석은 나는 그것을 모르고 마음을 졸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