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아버지는 널리 복음을 전파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두루 권하여 천주교에 입교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늘어갔다. 우리 모든 가족도 천주교를 믿게 됐고, 나도 역시 입교해 프랑스인 선교사 홍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세례명을 토마스(Thomas)라고 했다.

 

성경을 강습받고, 교리 토론 등을 하며 여러 달이 지나자, 나는 믿음의 덕목이 차츰 굳어지고 독실하게 하느님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됐다. 천주 예수 그리스도를 숭배하며 지내는 동안 날이 가고 달이 가서 몇 해가 흘렀다.

 

당시 나는 교회의 사무를 확장하고자 홍 신부와 함께 여러 고을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전도했다. 이때 내가 군중들에게 한 연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제들이여! 내게 할 말이 있으니 내 말을 꼭 한 번 들어보시오. 만일 어떤 사람이 혼자서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것을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다거나, 또 남다른 재주를 간직하고서도 남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과연 동포로서의 인정과 의리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내게 유별난 음식이 있고, 기이한 재주가 있는데, 그 음식은 한 번 먹기만 하면 오래 살고 죽지 않는 것이요, 또 이 재주를 한 번 가지기만 하면 하늘로 날아 올라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르쳐 드리려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 동포는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무릇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귀하다고 하는 까닭은 사람만이 영혼이 있기 때문입니다. 혼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생혼(生魂)이니 그것은 초목의 혼으로서 생장할 수 있는 혼이요, 둘째는 각혼(覺魂)이니 그것은 짐승의 혼으로서 외부의 사물이나 반응을 의식하는 이른바 지각할 수 있는 혼이요, 셋째는 영혼(靈魂)이니 그것은 사람의 혼입니다. 이것은 생장하고 지각하고, 그리고 시비를 분별하고, 도리를 토론하고, 만물을 맡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만일 영혼이 없다고 하면, 육체만으로는 짐승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짐승은 옷이 없어도 추위를 견디고, 직업이 없어도 먹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달릴 수도 있어서 재주와 용맹이 사람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고 많은 동물이 모두가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은 그것들의 혼에 영(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혼의 귀중함은 이것을 미뤄서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영혼이란 이른바 천명이란 것으로 지극히 높으신 천주님께서 사람이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부어 넣어주는 영원무궁하고 영원불멸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