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를 하나 들겠습니다. 어느 집안에서 한 사람이 부모와 동생들과 작별하고 떠나 다른 곳에서 10여 년을 살았다고 합시다. 그동안 그는 재산이 넉넉해지고, 처와 자식들이 많아졌습니다. 벗들과 서로 친하게 지내며 걱정 없이 편안히 살게도 됐습니다.
그러자 그는 고향집 부모형제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향집 형제 중에서 한 사람이 와서 급히 말합니다.
‘최근에 집에 큰 화가 생겼어요. 다른 곳에서 강도가 들어와서 부모를 내쫓고 집을 빼앗았으며, 형제들을 죽이고 재산을 약탈했습니다.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어요? 속히 돌아가서 위급한 것을 구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그 사람 대답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시다.
‘이제 내가 여기서 살며 걱정 없이 편안한데 고향집 부모형제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
그렇다면 그를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아니면 짐승이라 하겠습니까?
곁에서 보는 사람들도 이렇게 말하지 않겠습니까?
‘저 사람은 고향의 부모형제도 모르는 사람이니 친구들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는 친구들의 배척을 받아 그들과의 의리도 끊어지고 말 것입니다. 가족도 멀어지고, 친구도 끊어진 사람이 이 세상을 무슨 낯으로 살 수 있겠습니까?
동포들이여! 동포들이여! 내 말을 자세히 들어보시오.
한국을 침략해 5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은 다음, 정권을 손아귀에 넣고 저지른 만행을 보십시오. 황제를 폐위시키고, 군대를 해산하고 철도·광산·산림·하천·늪을 모조리 빼앗았습니다. 관청으로 쓰던 집과 민간의 큰 집들은 병참이라는 핑계로 모조리 빼앗아 일본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름진 전답과 심지어는 옛 분묘들에도 군용지라는 푯말을 꽂고 무덤을 파헤쳤습니다. 그들의 재앙이 우리의 백골에까지 이르렀으니, 국민 된 사람으로 또한 자손 된 사람으로 어느 누가 분함을 참고 욕됨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2천만 민족이 일제히 분발해 삼천리 강산에 의병들이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애통하게도 저 강도 같은 일본은 도리어 우리를 폭도라고 부르며, 군사를 풀어 토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의 참혹한 살육이 자행돼 두 해 동안에 해를 입은 한국인이 수십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남의 강토를 빼앗고 사람들을 죽이는 자가 폭도입니까? 제 나라를 지키고 외적을 막는 사람이 폭도입니까? 이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닙니까? 한국에 대한 정략이 이같이 포악해진 근본을 논하자면, 그것은 이른바 일본의 대정치가라는 늙은 도둑 이토 히로부미의 폭행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이토는 마치 한민족 2천만이 일본의 보호를 받고자 원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대면서 지금 우리가 태평무사하며 평화롭게 날마다 발전하는 것처럼 날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위로는 천황을 속이고, 밖으로는 열강들의 눈과 귀를 가려서 자기 멋대로 농간을 부리며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이 어찌 통분할 일이 아닙니까?
우리 한민족이 만일 이 도둑놈의 목을 베지 않는다면 한국은 필히 없어지고야 말 것이며, 동양도 앞으로 망하고야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