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좋소이다”
라고 대답하고는 군중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 있는 사장은 아무 죄가 없소. 만일 사장을 해치려는 자가 있으면, 내가 그자를 한 주먹으로 때려죽일 것이오.”
말을 마친 그는 두 손으로 군중을 헤치고 나갔다. 그가 지나가는 길에 있던 군중들은 마치 물결과 같이 갈라져 흩어졌다.
나는 비로소 마음을 놓고, 다시 단 위로 올라가 큰 소리로 군중들을 불러 모아 안정시킨 뒤에 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오늘 일이 이렇게 된 것은 큰 잘못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공교롭게도 기계가 고장 나서 생긴 일입니다. 바라건대 여러분들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군중들도 모두 나의 말에 동의했다.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오늘 당첨행사를 무사히 마쳐야 남의 웃음거리를 피할 것입니다. 그러니 속히 다시 진행해 끝을 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군중들이 모두 손뼉을 치며 응낙하였으므로 마침내 행사를 계속해 모든 일을 무사히 끝마치고 헤어졌다.
그 다음에 그 은인과 이름을 주고받았다. 그의 성은 허(許)씨요, 이름은 봉(鳳)이었고, 함경북도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큰 은혜에 감사한 다음 형제의 의를 맺고 술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는 독한 술을 100여 잔을 마시고도 전혀 취한 기색이 없었다.
또한 그의 팔 힘도 시험해 보았는데 놀라웠다. 그가 개암나무 열매와 잣 수십 개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두 손을 마주 비비니 열매와 잣이 마치 맷돌로 간 듯이 으깨어져서 가루가 됐다. 그 자리에서 이것을 본 사람들은 놀라고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는 또 다른 기묘한 재주도 선보였다. 두 팔을 등 뒤로 돌려 기둥을 안은 다음 밧줄로 두 손을 꽁꽁 묶여 양 어깨 사이에 기둥이 서 있게 하고 몸과 기둥이 하나가 된 상태가 됐다. 따라서 손을 묶은 밧줄을 풀지 않고는 몸이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렇게 해놓은 상태에서 주위의 여러 사람이 1분 동안 뒤돌아 있다가 돌아보니, 두 손을 세게 묶은 밧줄은 조금도 변함 없이 그대로 있는데, 기둥은 두 어깨 사이에서 빠져나와 있었고, 그는 묶이기 전처럼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손의 밧줄을 풀지 않은 채 기둥에 걸리지 않고 몸을 빼낸 것이었다.
보는 이들이 모두가 탄복하며 말했다.
“주량은 이태백보다 낫고, 힘은 항우에 모자라지 않고, 마술을 부리는 재주는 좌좌에 비길 만하다.”
그와 며칠 동안 함께 즐기다가 서로 헤어졌는데, 그 후 지금껏 몇 년 동안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