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를 물러나 강가에 있는 나룻배를 타자, 홈즈는 입을 열었다.
"저런 여자와 이야기할 때는 이쪽 속셈을 모르도록 가급적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놔야 해. 자칫 잘못하면 입을 꽉 다물고 전혀 말을 해 주지 않는다네."
"덕분에 이제 오로라 호를 곧 발견하겠군."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겠지. 템즈강을 모조리 뒤질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럼 경찰에 부탁해 보지 그러나?"
"아냐, 나는 끝까지 내 힘으로 해 보겠어."
"신문에 광고를 내보면 어떨까?"
"그러면 죽도 밥도 안 되네. 범인들이 눈치채고 외국으로 도망갈 수도 있어. 놈들은 지금 경찰이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유유히 런던에 남아있을 거야."
"그럼 자네는 어떻게 할 셈인가?"
나룻배가 강 기슭에 닿았다. 우리는 배를 내려 마차를 잡아 탔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 아침을 먹고 잠이나 한숨 푹 자기로 하세. 오늘 밤 또 밤샘을 해야 할지도 몰라. 마부 양반, 우체국에 잠깐 섰다 갑시다. 그리고 더비도 데리고 가야지.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야."
홈즈는 우체국에서 전보를 쳤다.
"어디로 전보를 쳤는지 알겠나?" 마차로 돌아온 홈즈가 물었다.
"글쎄..."
"베이커 거리의 특공대장 이긴즈 소년이야. 아침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부하들을 데리고 오겠지."
"아니, 그 거친 애들을 이용하려는 건가? 재미있는 생각인데..."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홈즈는 '베이커 거리의 특공대'란 그럴싸한 이름을 가진 이 불량 소년들을 귀여워했다. 그들 역시 홈즈의 부탁을 언제든지 환영하는 편이었다.
이윽고 우리는 하숙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아침 식사를 했다. 신문을 펼쳐 든 홈즈는 웃으면서 말했다. "예상했던 그대로야. 존스 경감이 바솔뮤의 가정부와 심부름꾼까지 다 잡아갔어. 신문도 이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대문짝만하게 써놓았군."
나는 신문을 받아 읽어 보았다. "이러다 우리까지 붙잡혀 가는 것 아닐까? 아, 발자국 소리가 들리네. 혹시 경찰 아닐까?" 나는 층계를 올라오는 요란한 소리에 움찔해서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베이커 거리의 특공대들이야." 과연 10명도 넘는 소년들이 방 안으로 몰려들었다. 한결같이 누더기를 걸친 더러운 아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소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전보를 받고 나서 곧 아이들을 모아 데리고 왔어요. 전차 요금이 3실링 반 들었어요."
"그래, 수고했어." 홈즈는 전차 요금을 내주고 소년들을 둘러보았다.
"너희들에게 부탁할 게 하나 있다. 지금부터 오로라 호라는 증기선을 찾아줘. 너희들은 그 증기선을 찾아 이긴즈에게 보고해라. 그러면 이긴즈가 나에게 연락할거야. 이런 좁은 곳에 너희들이 모두 드나들 수는 없으니까. 오로라 호의 주인은 스미스인데, 배에 검은 칠을 했고, 붉은 줄이 두 개 있다. 연통도 검은 색이지만, 흰 줄을 하나 그려 놓았어. 알겠나? 증기선을 발견한 사람에겐 상금 1기니를 주겠다. 자, 이것은 오늘치 수고비다."
홈즈는 한 사람마다 1실링씩 주었다. 소년들은 신이 나서 방을 뛰어 나갔다.
"저 애들은 여기저기 파고 들어가 여러 가지를 알아 올 거야. 저녁때 쯤이면 틀림없이 증기선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걸세."
"그럼 자네는 그때까지 한숨 자 두게."
"아니, 이젠 피로가 풀렸어.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일을 생각해 봐야겠어. 의족을 한 친구도 묘한 놈이지만, 공범은 더욱 그렇단 말야. 구두를 신은 적이 없는 어린애처럼 작은 발... 발가락은 모두 밖으로 벌어졌고... 런던에서 맨발로 걸어 다니는 놈이라... 녀석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렸고, 몸은 아주 날쌔고, 돌을 단 막대기나 독 화살을 무기로 사용한다..."
"토인 아닐까, 토인! 인도의 토인 말이야?"
"인도에 그런 발을 가진 토인은 없을 텐데... 어디 한 번 조사해 보세."
홈즈는 책장에 가서 두꺼운 책을 꺼냈다. 그리고 이리저리 책장을 넘기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여기 적혀 있군! 한번 읽어 볼까? '앤더맨 섬의 토인은 지구에서 가장 키가 작은 인종으로서 평균 신장이 120센티미터 이하이다. 이보다 더 작은 어른도 많다. 성질은 잔인하고 여간해서는 외부인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게 중요한 대목이야. 그리고 또 이렇게 적혀 있어."
'용모가 흉하며 손발은 아주 작다. 그들의 성격은 매우 난폭하다. 영국은 오랜 기간 그들을 평화스러운 백성으로 적응시키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들은 난파선을 습격해서 생존자를 구타하거나 독 화살로 쏘아 죽이고, 그 고기를 먹는다.' 어때, 와트슨? 의족을 한 사나이가 어떤 인물을 수하로 두고 있는지 이걸로 짐작이 가겠지?"
나는 소름이 끼쳤다. 우리는 지금 식인종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네 개의 서명 (코난 도일) - 9. 오로라 호를 찾아라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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