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텅 빈 무쇠 궤짝을 베이커 거리로 가지고 가자, 존스 경감은 입을 딱 벌렸다. 그러나 홈즈는 그런 일쯤 있을 수 있다는 듯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수수께끼만 풀면 그만이지, 보물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한편 스몰은 무엇이 우스운지 연방 히히덕거렸다. 존스 경감은 눈치를 채고 "스몰, 네가 상자를 비웠지?"하고 그에게 덤벼들었다.

    "그렇소. 당신들이 손댈 수 없는 곳에 감추었지. 그 보물은 내 것이오. 앤더맨 섬의 감옥에 있는 세 사람과 나 외에는 그 보물에 절대 손댈 수 없지. 나는 감옥의 세 사람을 대표해 보물을 찾느라 갖은 고생을 했으니, 보물을 어떻게 처리하든 그건 내 마음 아니겠소?"

    "그래, 보물을 어디에 감추었지?"

    "템즈 강 밑에 있소. 지금쯤 보물은 열쇠와 난장이 동가와 함께 어디엔가 잠겨 있겠지."

    "거짓말 마! 보물을 템즈 강에 버릴 거라면 궤짝을 송두리째 버리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 아닌가?"

    "그건 그렇지. 그러나 내던지기 쉬운 만큼, 당신들이 다시 건져 내기도 쉽겠지. 내가 한 일을 눈치 채고 쫓아다닐 만큼 영리한 사람들이니, 당신들이 물 속에서 끌어 내기도 잘 할거요. 그래서 그냥 강물에 뿌려 버린 거요. 그 땐 눈물이 날 정도로 아까웠지만, 누구도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이젠 오히려 마음이 가볍구먼."

    "바보 녀석!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판결도 훨씬 가벼워질 텐데."

    그 말을 듣고 스몰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림 없는 소리! 내가 어떻게 보물을 손에 넣었는지 얘기할 테니 들어 보시오. 온통 열병이 들끓는, 그 진흙 투성이 땅에서 난 20년이란 세월을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아그라의 보물을 손에 넣었소. 그런데, 보물을 훔친 놈에게서 내 물건을 되찾아 아무에게도 넘겨주지 않는 게 왜 미련한 짓이오? 말조심해요!"

    스몰은 몹시 화가 난 듯, 얼굴이 빨개지도록 화를 냈다. 눈에 번쩍번쩍 불꽃이 튀고, 수갑이 철컥거리며 울렸다. 이런 사나이에게 협박을 받은 솔트 소령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이때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던 홈즈가 조용히 말했다.

    "이봐, 스몰! 우리는 당신이 인도에서 얼마나 고생을 해서 보물을 얻었는지 잘 알지 못해. 그러니 당신에게 직접 듣지 않고는 누가 옳고 그른지 알 수 없어. 어디, 우리가 알 수 있게 한 번 얘기해 보라구."

    "선생은 사리가 참 밝은 것 같소. 내가 붙잡힌 것도 선생 때문이지만, 선생을 원망하진 않소. 모든 것은 운수일 뿐이니까. 내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얘기해 보리다. 비록 생긴 건 이래도 거짓말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오. 그럼 어디 얘기를 시작해볼까."

    그리고 스몰은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