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의 사나이 스몰을 무쇠 상자 앞에 꿇어앉혔다. 그의 까만 얼굴에는 눈만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주름살 투성이의 얼굴... 온갖 고생을 겪은 것이 분명하다. 수염이 무성하게 자란 턱은 의지가 굳센 성격을 잘 나타내고, 희끗희끗한 머리는 나이가 쉰을 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커다란 머리와 네모진 턱으로 인해 화를 낼 때는 악마처럼 무섭게 보였지만, 조용히 있을 때는 그리 나쁜 인상이 아니었다. 그는 수갑을 채운 손을 무릎에 얹고 머리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모든 감정이 사라진 듯한 얼굴 표정이었다.

    "조너던 스몰, 결국 이렇게 되다니, 무척 억울하겠군."

    홈즈가 담배를 피워 물며 말을 건네자, 스몰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소. 그렇지만 내 목이 달아나지 않을 것은 확신하고 있소. 하나님께 맹세할 수 있어. 바솔뮤 씨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 난쟁이 동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화살을 쏘았소. 나중에 그걸 알고 내 혈육이 죽은 것처럼 슬퍼했어. 그래서 그 악마 같은 녀석을 마구 때려 주었지. 일단 저질러진 일이라, 아무리 때려 줘도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리는 없지만 말이오."

    "자, 담배나 한 대 피우게. 술이라도 한 잔 줄까? 물에 빠졌으니 몹시 추울 거야. 자네가 폰지셀 별장에 몰래 들어가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사이에, 그 난쟁이가 바솔뮤 씨를 죽였겠지?"

    "선생께서는 마치 그 자리에서 있었던 것처럼 말씀하시는군. 그렇소. 그 때 방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바솔뮤 씨가 저녁 식사를 하러 내려가는 시간이었소. 바솔뮤 씨 아버지에게는 원한이 있지만, 그 아들에게는 아무 원한도 없었소. 물론 얼굴을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네는 존스 경감에게 붙잡혔지만, 우선 자네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겠네. 거기서 자네가 한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보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자네에게 불리하게 하진 않겠어. 토인이 쏜 화살 독은 워낙 효과가 빨라, 자네가 밧줄을 타고 방으로 내려가기 전에 이미 바솔뮤 씨의 온몸에 퍼졌다고 내가 증명해 주겠어."

    "말씀하신 그대로요. 내려가 보니 벌써 그 사람은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고 있더군."

    이 때 존스 경감이 끼어들었다. "흥, 아주 친해지셨구만. 범인 하나가 죽은 건 아까운 일이지만 할 수 없지요. 아무튼 오늘 밤 홈즈 씨 솜씨는 아주 대단했습니다."

    "저도 오로라 호가 그렇게 빠를 줄은 몰랐습니다."

    "스미스가 그러더군. 템즈 강에서는 어느 배에게도 지지 않을 증기선이라고. 조수가 한 사람만 더 있었다면 붙잡히지 않았을 거라고 얘기하더군. 그렇지만 그는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요."

    스몰은 존스 경감의 이야기를 듣고 내뱉듯 말했다. "스미스는 아무 것도 모르오. 속력이 빠른 증기선을 갖고 있어서 돈을 많이 주고 빌렸을 뿐이오. 그레브센드까지 가서 브라질 행 기선을 타면 돈을 더 주기로 약속했지."

    "스미스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면 처벌도 가벼울 거야."

    갑자기 엄한 표정으로 스몰에게 대답한 존스 경감은 홈즈와 나에게 말했다. "경찰선은 일단 복스홀 다리에 댈 테니까, 와트슨 씨는 그 무쇠 궤짝을 들고 배에서 내려 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규칙을 어기고 사건 증거물을 내드리는 것이니 조심해서 취급하셔야 합니다. 걱정이 되어 그러니 경관을 한 사람 딸려 보내겠습니다. 물론 마차로 가시겠지요?"

    "네, 마차로 갈 겁니다."

    "그런데 궤짝을 열 열쇠가 없어서 곤란하군. 열쇠가 있다면 우선 안을 조사해볼 텐데. 스몰, 열쇠는 어디 있지?"

    "강물에 던져버렸소." 스몰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고약한 녀석이군! 그럼 와트슨 씨, 궤짝 자물쇠를 부숴야 하겠군요. 모스턴 양에게 일단 보이고 난 뒤 곧 베이커 거리로 가져 오십시오."

    나는 경관 한 사람과 함께 복스홀에서 증기선을 내린 뒤, 마차를 불러 타고 포레스터 부인 집으로 달렸다. 문간에 나온 하녀는 밤이 늦은 탓인지 의아하다는 얼굴로 "부인은 지금 안 계십니다"하고 말했다. 그러나 모스턴 양은 집에 있었다. 나는 경관을 마차에 남겨둔 채 무거운 궤짝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모스턴 양은 나를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마차 소리를 듣고 부인이 오신 줄 알았는데 당신이군요.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요?"

    "기쁜 소식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나는 테이블 위에 궤짝을 내려 놓고 기운차게 말했다.

    "보세요, 이것이 보물 상자입니다." 모스턴 양은 궤짝을 흘끔 쳐다 봤지만 그리 반가운 기색이 아니었다.

    "대단히 무거웠지요?"

    "물론이죠. 아그라의 막대한 보물이 이 속에 들어 있으니까요. 그 절반은 당신 것입니다."

    "이건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아닙니다. 제 덕분이 아니지요. 셜록 홈즈가 고생 끝에 간신히 찾아낸 것입니다. 하마터면 마지막 순간에 놓칠 뻔 했습니다."

    "그 이야기나 좀 더 자세히 해 주세요."

    나는 모스턴 양을 찾아온 뒤에 생긴 일을 대강 말했다. 홈즈가 드디어 오로라 호의 행방을 찾아낸 일, 오늘 밤 강 위에서 벌어진 아슬아슬한 추격담도 말해 주었다. 모스턴 양은 가슴을 졸이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독 화살이 내 곁에 꽂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기절이라도 할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는 이야기를 끝내고 궤짝을 열려고 했다.

    "이제 궤짝을 열어 봅시다. 열어 보기만 하고 곧 다시 경찰에 맡겨야 합니다."

    "퍽 아름다게 꾸민 궤짝이로군요. 이 궤짝만 해도 굉장히 비싸겠어요. 열쇠는 갖고 계신가요?"

    "열쇠는 스몰이 강에 던져 버렸답니다. 부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부젓가락을 자물쇠 구멍에 넣고 비틀었다. 한참 그렇게 하자, 마침내 자물쇠는 '철컥' 소리를 내며 뜻밖에 쉽게 열렸다. 우리는 떨리는 손으로 궤짝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우리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궤짝 속은 텅 비어 있었다. 텅 비어 있는데도 그렇게 무거웠던 것은 궤짝이 무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어머, 보물이 없네요?"

    모스턴 양은 좀 놀란 듯 조용히 말했으나, 그다지 실망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오히려 뛸 듯이 기뻤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러자 모스턴 양은 이상스럽다는 듯 나를 보며 물었다. "이상하네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시죠?"

    "모스턴 양, 전 당신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곧 청혼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당신이 갑자기 엄청난 보물의 주인이 된다면, 누구나 나를 보고 그 보물이 탐나서 청혼했다고 할 것 아닙니까? 보물 욕심에 사랑하는 체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보물이 없어진 것을 하나님께 감사한 것입니다."

    모스턴 양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렇다면 저도 하나님께 감사 드려야겠어요." 모스턴 양이 나의 사랑을 받아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