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님, 한 가지 의논하고 싶습니다."
"무슨 일인가, 스몰?"
"임자가 없는 보물을 찾아 내면, 그건 찾아낸 사람 것이 되나요?"
"그렇지 않아. 그건 정부의 것이 되는 거지."
"그래요? 그런데 사실은 제가 50만 파운드나 되는 보물이 묻힌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뭐, 50만 파운드?" 소령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소.
"예, 보석과 진주가 무더기로 파묻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정부에게 빼앗기면 억울하지 않습니까?"
"잠깐! 도대체 너는 어떻게 보물이 묻힌 곳을 알게 되었지? 그것부터 얘기해봐."
그래서 나는 그가 보물이 묻힌 곳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그 동안의 사정을 대략 들려 주었소. 소령은 대단히 열심히 이야기를 들었소.
"음, 스몰. 정말 대단하군. 내가 잘 생각해서 너를 도와줄 테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잠자코 있어야 한다." 소령은 이렇게 말하고 나와 헤어졌소. 그리고 이틀째 되는 날 새벽, 소령은 모스턴 대위와 함께 나를 찾아왔소. "스몰, 그 이야기를 한번만 더 모스턴 대위에게 들려다오."
그래서 나는 아그라 성 이야기를 다시 들려 주었소. 소령과 대위는 서로 마주보며, "어때, 한번 해 볼 만 하지 않은가?" 하더니 나에게 물었소.
"이봐 스몰, 모스턴 대위와 내가 생각해봤지만, 네 비밀을 정부에 알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둘이서 네 비밀을 사기로 했다. 그래, 얼마면 팔겠는가?"
"대장님! 이런 섬에 일생 갇혀 있을 사람에게 돈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제 소원은 이 섬을 벗어나 자유롭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도 감옥에서 나오게 해야죠. 우리 네 사람에 당신들까지 합해 보물의 5분의 1을 두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5분의 1이라 해도 10만 파운드나 됩니다."
"그렇지만 너하고 시이크 인 세 사람을 자유롭게 해 주는 건 도저히 불가능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바다를 건널 배와 먹을 것만 있으면 섬을 빠져 나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음, 그건 쉽지 않지만 잘 생각해 보겠다. 그러나 우선 네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알아봐야겠어. 궤짝이 묻힌 곳을 말해 봐. 내가 휴가를 얻어 인도에 한 번 갔다 오겠다."
"세 친구와 의논해 보겠습니다. 한 친구라도 반대하면 이 이야기는 없었던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마호멧 신과 압둘라 칸, 그리고 도스트 아크발 등 세 사람과 함께 이 문제를 의논했소.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소.
'우선 보물을 감춘 곳을 그린 지도를 만들어 솔트 소령에게 주어, 이 이야기가 사실이란 것을 확인시킨다. 사실을 확인하면, 소령은 곧 식량을 실은 배를 준비해 우리들을 섬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그리고 소령이 모르는 체 하고 섬으로 돌아오면, 이번에는 모스턴 대위가 휴가를 얻어 아그라에서 우리와 만난다. 그리고 나서 보물을 분배한다. 이렇게 하면 소령이나 대위는 상관으로부터 아무 의심도 받지 않고 일을 무사히 치를 수 있다.'
우리들은 솔트 소령을 굳게 믿었소. 그러나 인도에 간 솔트 소령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소. 모스턴 대위에 따르면, 솔트 소령은 큰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아 군대에서 제대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소. 신문에 그렇게 보도됐다는 거였소. 그 후 모스턴 대위가 아그라 성에 가서 보물 궤짝을 조사했지만, 궤짝은 이미 없어지고 말았소. 솔트 소령은 우리를 배신하고 보물을 독차지한 다음 영국으로 돌아간 것이오. 개보다도 못한 비겁자라는 것은 바로 솔트 소령 따위를 두고 하는 말이오.
그 때부터 우리는 어떻게 하든 솔트 소령에게 복수하려고 마음 먹었소. 날이면 날마다 섬에서 탈출할 생각 뿐이었소. 보물을 되찾겠다는 생각보다 솔트 소령을 죽이겠다는 생각이 앞섰지. 나는 어느 날, 산 속에서 토인 한 사람이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막사로 데려와 간호를 해 줬소. 이 토인은 식인종이라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기를 살려 준 은인이라 해서 나를 잘 따르더군. 토인이 산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기에 나와 함께 살자고 했소. 동가가 바로 그 토인이오.
동가는 통나무 배를 한 척 가지고 있었소. 음식과 술을 장만한 우리는 열흘 동안 바다를 헤매다 열 하루째 되는 날 마침내 상선의 구조를 받아 런던으로 오게 됐소. 하지만 그 동안 동가와 함께 얼마나 힘든 모험을 했는지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소. 지금부터 6년 전, 드디어 우리는 영국에 도착해 어렵지 않게 솔트가 있는 곳을 알아 낼 수 있었소.
우리는 솔트가 아직 보물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폰지셀 별장의 심부름꾼을 한 사람 우리 편으로 끌어넣었소. 보물을 어디다 숨겼는지는 알아 내지 못했지만, 아직 솔트가 보물을 갖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소.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솔트에게 접근하려고 했소. 그러나 그는 집에 경호원을 두 사람이나 두고 언제나 조심하는 바람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소.
그러던 어느 날, 솔트가 죽어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소. 나는 내 손으로 솔트를 죽일 생각이었기 때문에, 폰지셀 별장에 숨어 들었지. 그런데 마침 솔트가 두 아들에게 뭔가 말하고 숨을 거두는 순간이더군. 그때 나는 몰래 방으로 들어가 보물을 뺏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어. 할 수 없이 지도에 서명한 네 사람의 이름을 써서 시체의 가슴에 핀으로 꽂아 두었던 것이오.
솔트 소령이 죽었으니 이제 내가 할 일은 보물을 찾는 것 뿐이었지. 보물은 솔트의 큰아들이 6년 동안 찾다가, 지난번에 간신히 천장 위에서 발견됐소. 그런데 보물의 진짜 주인은 바로 나요. 그러나 나는 다리 때문에 천장에 올라갈 수 없어 동가를 데리고 들어갔지. 그런데 동가가 그만 멋대로 솔트의 아들을 죽이고 만 거야. 나는 동가를 호되게 혼을 내주었지. 아무튼 보물 궤짝을 되찾은 나는 오로라 호를 타고 도망 쳤는데, 운수가 사나워 여기 있는 명탐정에게 붙잡히게 된 거요.
스몰은 긴 이야기를 끝마치고, 이젠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시원스럽게 웃었다. 홈즈도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군. 그런데 동가는 독 화살 통을 솔트 소령 집에 떨어트렸는데, 증기선에서 우리에게 또 화살을 쏜 건 어찌된 건가?"
"아, 그건 단 하나 남았던 마지막 화살이오." 스몰이 대답했다.
"그래? 그 화살에 자칫 내가 죽을 뻔 하지 않았겠나."
존스 경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홈즈 씨, 이제 스몰을 경찰서에 데리고 가도 좋겠지요?"
"네, 그렇게 하십시오." 홈즈는 어딘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스몰도 일어나서 우리를 향해 쓸쓸히 웃으며 "두 분, 안녕히 계시오."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들이 사라지자 홈즈는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이제 재미있는 사건이 끝났군! 나는 사건이 없으면 따분해 견딜 수 없단 말어. 내 즐거움은 비록 고생을 하더라도 복잡하게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데서 생기거든."
나는 망설이며 말했다. "사건이 끝나 사실 난 무척 기쁘네. 홈즈, 난 모스턴 양과 결혼하기로 했어. 이미 약속이 되어 있지."
"그래? 실은 나도 대강 짐작했지." 홈즈는 그렇게 한 마디 했을 뿐, 축하한다는 말도 없었다. 셜록 홈즈는 범죄 수사에 관한 것 외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던 것이다.
<끝>
네 개의 서명 (코난 도일) - 15. 조너던 스몰의 이야기 (끝)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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