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가만히 창문을 두드린다. 표쿠라가 돌아온 모양이다. 오리가가 일어나서 하품 속에 기도를 섞어 중얼거리며 빗장을 뽑고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문을 열어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밖의 찬 바람이 방안으로 불어오고, 문 주위가 달빛에 비쳐 환해졌을 뿐이다. 열어젖힌 문으로 사람의 자취가 없이 호젓한 길거리와 하늘에 걸린 달의 보였다.

"거기 누구여?" 오리가가 물었다.

"나여, 나..."

홀딱 벌거벗은 표쿠라가 문 옆 벽에 바싹 몸을 붙이고 서 있었다. 그녀는 추위에 몸을 덜덜 떨고 이빨을 딱딱 마주치며 서 있었다. 밝은 달빛을 받아 그녀는 창백하고, 환상 속의 여인처럼 아름다웠다. 그 하얀 살결 위에 그려진 달빛과 그림자가 선명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짙은 눈썹과 싱싱하고 묵직한 젖통이 두드러져 보였다.

"강 건너에서 나쁜 놈들을 만나 이렇게 옷을 벗겼단 말이여..." 그녀는 말했다. "그래서 요 모양 요 꼴로 그냥 이대로 온 거여... 울 어매가 낳아줬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여... 빨리 뭐 입을 것 좀 주란 말이여..."

"하여간 일루 들어와." 오리가도 그녀와 함께 떨면서 가만히 말했다.

"늙은 것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그런단 말여!"

사실 할매는 진작부터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 뭐라고 웅얼대고 있었고, 할배도 "거기 서 있는 게 도대체 누구여?" 하고 물었다.

오리가는 자기 속옷과 치마를 들고 나와서 표쿠라에게 입혀 주었다. 그런 다음에 두 여인네는 소리 나지 않게 가만히 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오냐, 바로 너로구나, 우라질 년 같으니라구!" 할매는 누가 들어왔는지를 눈치 채고 화를 내며 투덜거렸다.

"이 우라질 년아, 너 같은 년은 나가서 뒈져 버려... 요 박쥐 같은 년아!"

"괜찮아, 괜찮아..." 오리가는 표쿠라를 감싸주듯이 속삭였다... "걱정 말라니깐..."

집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이 오두막집 사람들은 사실 언제나 한 번 잠을 푹 자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뭔가 귀찮은 일이 생겨나서 그들의 잠을 방해했다. 할배는 잔등이 쑤시고, 할매는 마음속 울화병으로 항상 화를 낸다. 마리아는 두려움 때문에, 아이들은 온몸이 가려운데다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들은 깊이 잠든 것이 아니었다. 모두들 부스럭 부스럭 엎치락뒤치락... 한쪽에선 잠꼬대를 하는가 하면 조금 있으면 다른 사람이 물을 마시러 일어나곤 했다.

표쿠라가 갑자기 "헉!"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울음을 안으로 삼켰다. 그리고 울음이 완전히 속으로 잦아들 때까지 천천히 소리를 낮춰가며 가끔씩 흐느꼈다. 강 건너편에서 이따금씩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묘하게도 다섯 시를 친 다음에 다시 세 시를 쳤다.

"아아, 하나님!" 늙은 요리사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창문을 바라보아도 짐작을 하기 어려웠다. 아직 달빛이 비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벌써 날이 다 샌 것인지를... 마리아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당에서 금방 그녀가 우유를 짜며 "가만 있으라니깐, 요것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할매도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오두막집 안은 아직 어두컴컴했으나 벌써 이것저것 물건들을 알아볼 수 있을 지경이었다.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 니콜라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일어나서 초록색 궤짝을 뒤져 자기의 연미복을 끄집어 냈다. 그는 그 옷을 입고 창문으로 다가가 옷소매의 주름을 폈다. 다림질한 자국을 만지면서 그는 혼자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조심조심 다시 연미복을 벗고 잘 개서 궤짝 속에 집어 넣고 다시 드러누웠다.

마리아가 집안으로 돌아와서 뻬치카에 불을 지폈다. 그녀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걸으면서도 비척거렸다. 아마 꿈이라도 꾸는 모양이다. 아니면 어젯밤 노인네들에게서 들은 얘기라도 생각하는 것일까. 그녀는 뻬치카 앞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군시렁댔다...

"아녀, 누가 뭐래도 그래도 자유가 좋지 않냔 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