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손님이 왔다는 소문은 마을에 금방 퍼졌다. 미사가 끝나자 마을 사람들이 오두막집으로 몰려들었다. 레오누이치 집안 사람들도 모스크바에서 남의 집 살이를 하는 친척들 이야기를 들으려 모두 몰려왔다. 글자 나부랭이라도 읽는다는 주코버의 젊은이들은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모스크바로 보낸다. 거기서 으레 급사나 청소부 일을 하는 것이다(마찬가지로 냇물 건너 마을 젊은이들은 모두 빵집 직공이 되곤 한다).

이런 관습은 역사가 꽤 오래 되었다. 이제는 전설 속의 인물이 되어버린 이 마을 농사꾼 출신 루카 이바누이치라는 젊은이가 농노 시대에 모스크바의 어느 클럽에서 식당 책임자가 된 이래 생긴 관습이다. 이 사나이는 책임자가 된 뒤부터 자기 아래 부리는 사람들을 모두 고향 사람으로만 썼던 것이다. 이 친구들은 모스크바에서 조금만 기반이 잡히면 모두 일가 친척들을 불러들여 술집이나 요리 집에 취직을 시켰다.

그래서 이 무렵부터 주코버 마을은 이웃 마을 주민들로부터 종살이 마을이라는 뜻의 하모스카야 또는 호루에프카라고 불리게 되었다. 니콜라이가 모스크바로 보내진 것은 그의 나이 열한 살 때의 일이었다. 당시 '엘미타이주 가든'에서 문지기 노릇을 하던 마토베이 집안의 이반 마카루이치가 일자리를 알선해준 것이다. 그래서 니콜라이는 지금도 마토베이 집안 사람들에게 엄숙하게 말하곤 했다.

"이반 마카루이치는 저의 은인입죠. 저는 그분을 위해 매일 밤낮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만큼라도 사람이 된 것은 모두 그분 덕분이니까요."

"여보게, 이 사람아." 이반 마카루이치의 누이인 키 큰 할멈이 눈물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이제 그 사람 소식을 통 들을 수가 없다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지난 겨울에는 그분이 오몬에서 일하고 있었지요. 지금은 마침 그분의 대목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어디든 모스크바 교외의 요정에서 일을 하고 있다더군요... 그분도 이제 나이가 드셨지 않습니까? 옛날 같으면 여름철 하루에 10루블 벌이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어딜 가나 시세가 없어서요! 그래서 그분도 지내기가 힘드실 거에요."

할멈들과 아낙네들은 펠트 신발을 신고 있는 니콜라이의 발과 창백한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니콜라이 오시프이치, 자네도 돈 벌 사람은 못돼! 암, 그렇구 말구!"

모두들 사샤를 귀여워 했다. 그 애는 나이가 이미 열 한 살이었으나 몸매가 작고 가냘픈데다 살이 없어서 언뜻 보기엔 일곱 살 정도 아이 같았다. 햇볕에 그을리고 머리도 제대로 빗지 않아 엉망인, 빛 바랜 속옷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있는 다른 계집애들 사이에서 그 애는 무척 신기해 보였다. 시원한 검은 눈에 머리에 붉은 리본을 매고 살결이 흰 그 아이는 마치 들판에서 막 잡아온 작은 동물 같았다.

"이 애는 벌써 글자를 읽을 줄 안답니다." 오리가는 자기 딸을 자랑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떠벌렸다. "얘야, 이것 좀 읽어보렴." 그녀는 구석에서 복음서를 집어 주면서 말했다. "읽어봐라. 정교를 믿는 분들이 지금 듣고 계시니까 말이야."

복음서는 오래 되어서 묵직한 가죽 표지 모서리가 닳아 말려 있었다. 그 책이 나타나자 이 오두막집 안은 마치 신부라도 들어온 듯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사샤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노래하듯이 목소리를 높여 읽기 시작했다.

"그 지나간 다음에 보라, 주의 사자, 꿈에 요셉에게 나타나 이르기를..."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오리가는 따라서 읊었다. 그녀는 흥분 때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집트로 도망가... 내가 고할 때까지... 그... 곳에 머물...라..."

'때까지'란 부분에서 오리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먼저 마리아가 따라서 눈물을 흘렸고 곧 이어 이반 마카루이치의 누이도 울기 시작했다. 할아범은 연거푸 기침을 콜록거리며 이 기특한 손녀에게 뭐 상이라도 줄 것이 없는지 주위를 두루 살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어서 그저 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낭독이 끝나자 마을 사람들은 감동했다. 그리고 오리가와 사샤를 본 것을 무척 흐뭇하게 여기며 각자 자기 집으로 흩어져 돌아갔다.

축제일이었지만 온 집안 사람들은 하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손주는 말할 것도 없고 늙은 남편이나 며느리들까지도 모두 '할매'라고 부르는 그녀는 무슨 일이든 자기가 혼자서 도맡아 하려고 했다. 뻬치카 불도 직접 피워야 하고 싸모바르도 자기 손으로 끓이고 밭으로 해 나르는 점심까지 손수 해야 하는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으레 몸은 고되고, 일은 점점 늘어만 간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온종일 누가 무엇을 더 먹지나 않는지, 남편이나 며느리들이 일손을 놓고 게으름을 피우지나 않는지 그런 걱정만 하고 있었다. 어느 때 술집에서 키우는 거위가 샛길로 해서 그녀의 채마 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기라도 하면 그녀는 긴 작대기를 들고 뛰쳐나갔다. 그래서 거의 반 시간 동안이나 쇳소리를 지르며 그녀만큼이나 말라빠진 채마 밭 주위를 뛰어다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느닷없이 까마귀가 병아리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라치면 마당으로 뛰쳐나와 꽥- 꽥- 까마귀 쫓는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역정을 내고 잔소리를 했다. 하도 큰 소리로 고함을 치는 바람에 어쩔 때는 집 밖을 지나가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는 일도 있었다.

늙은 남편에 대해서도 그녀는 부드러운 구석이라곤 털끝 만큼도 없었다. 늘 게으름뱅이라는 둥, 고릴라라는 둥 욕만 퍼부어댔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사실 게을러빠니고, 미덥지 못한 농사꾼이었다. 만약 그녀가 그렇게 늘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챙기지 않았더라면 그는 그저 뻬치카 위에 눌러앉아 입만 놀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아들을 붙잡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자기 원수들의 이야기며 자기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매일 업신여김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늘어놓곤 했다. 그러나 듣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글쎄 말이여..." 그는 두 손을 옆구리에 대고 떠벌린다. "글쎄 말이여... 성 십자가 절기가 1주일쯤 지난 뒤에 말이여, 내가 마른 풀을 한 푼뜨에 30꼬페이카로 팔지 않았느냐 말이여... 요량껏 말이지... 글쎄 말이여... 그게 괜찮았단 말이여...

그런데 말이여, 오늘 아침에 내가 또 마른 풀을 갖고 가려고 그러니깐 말이여... 그것도 내 요량껏 말이지, 누구에게도 방해가 되는 게 아니란 말이여. 아 그런데 말이여, 마침 그때 술집에서 촌장이 나오더란 말이여, 안티프 세데리니코프 말이지, 그 작자가 나오더니만... 야, 영감, 그걸 어디로 가져가는 거여? 이러면서 내 귀싸대기를 주먹으로 갈기더란 말이여..."

한편 키리야크는 엊저녁에 마신 술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아우 보기도 민망해서 "다 그놈의 보드카 탓이란 말이여. 어이구, 어이구" 이렇게 욱신대는 머리를 흔들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우나 제수씨 모두 예수님 덕분에 용서해달란 말이여, 낸들 좋아서 그 지랄을 하는 줄 아는감..."

축제일이건만 그들은 술집에서 비웃을 사다가 그 대가리로 수프를 끓였다. 점심 때는 식구들이 모두 둘러앉아서 오래도록 땀이 솟아나도록 차를 마셨다. 찻물로 우선 배를 채운 다음에 수프를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비웃은 할매가 잽싸게 감추어 두어서 보이지 않았다.

저녁 때가 되자 비탈 위에서 오지그릇 굽는 사람들이 항아리를 굽기 시작했다. 그 아래 풀밭에서는 처녀들이 둥글게 팔장을 끼고 모여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있었다. 냇물 건너편에서도 아궁이 하나에 불이 지펴지고 처녀들이 노래를 불렀다. 멀리서 들으면 그것은 아주 부드럽고 흥겨운 가락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