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달려가는 내관의 뒷모양을 바라보다가, 상감은 차차 차차 몸을 그 자리에 종그리었다. 다음 순간 상감은 내관들에게 부액을 받은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상감마마! 상감마마!”

 

“내가 임! 임…”

 

“상감마마!”

 

“임종이로다!”

 

“상감마마!”

 

“대조전…으로, 그리고 정승(정원용)을 불러라.”

 

이것이 상감에게서 나온 최후의 말이었다.

 

내관들이 망지소조하여 상감을 쓰러안아다가 대조전 동온돌에 모신 때는, 상감은 벌써 그 의식을 잃은 뒤였다. 누구 손 쓸 틈이 없었다. 중하던 환후가 오늘 약간 차도가 있는 듯하여, 내관들에게 부액을 받아서 뜰로 나섰다가 거기서 승하를 하였는지라, 남기고 싶은 말씀 한 마디 남길 기회가 없었다. 급보로 입궐하였던 대신들이 내전으로 달려 들어온 때는, 상감은 아직 맥은 약간 동하였지만 모든 의식을 잃은 뒤였다.

 

승후방에 있다가 상감의 승하한 것을 안 조성하는, 가슴이 덜컥하여 어찌하여야 할지 두서를 잡을 수가 없었다. 성하는 승후방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금호문으로 향하여 달음질쳤다. 그러나 금호문까지 채 미치지 못하여 발을 돌이켰다. 처음에는 이 흉보에 겸한 길보를 흥선군에게 먼저 알리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순서로 조 대비께 먼저 가서 대비께 알리고 그 분부를 받아야 할 것이므로, 발을 대비전으로 돌이킨 것이었다.

 

“대비마마, 상감마마께옵서 승하하옵셨습니다.”

 

성하가 숨을 허덕이며 달려 들어와서 이렇게 아뢸 때 대비는 안색까지 변하며,

 

“그게 무슨 말이냐?”

 

고 재쳐 물었다.

 

청천의 벽력이었다. 그 사이 환후가 좋지 못하였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로되, 본시 약한 상감인지라, 이렇게 급변하리라고는 뜻도 안 하였던 일이었다. 오늘날이 언제 있을 줄을 예기하고, 흥선과 밀약을 맺은 지도 벌써 이 년 반, 밀약은 맺었지만 천명이 아닌 이상에는 어쩔 수 없는 오늘을 대비는 마음 조급히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성하가 자기의 아는껏 비교적 상세히 아뢸 동안, 대비는 눈을 힘 있게 감고 말 없이 듣고 있었다. 그 동안에 승전빛(承傳色)도 달려 와서 방금 대조전에서 생긴 크나큰 비극을 대비께 아뢰고, 어서 바삐 대조전으로 출어하기를 재촉하였다.

 

상감 승하한 이 날에 있어서도, 임시로나마 이 종실의 권세를 잡고, 안으로는 사직을 받들고 밖으로는 임금을 대리하여, 대신들에게 명령하고 지휘할 사람은 이 종실의 가장 어른되는 조 대비 한 사람 밖에는 없었다. 아직 침의대도 갈아 입지 못했으니, 갈아 입고 대조전으로 나간다고 승전빛을 돌려보내고 고요히 눈을 뜰 때는 대비의 꽤 주름살이 잡힌 눈에도 나란히 광채가 섰다.

 

“성하야!”

 

“네?”

 

“얼른 흥선 댁에 다녀오너라.”

 

“네…”

 

“가서 잠깐 내전까지 들어와 주십사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