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할 줄을 모르는 백성이 아니었다. 오직 착하고 어질고 순하기 때문에 웬만한 일에 대하여는 눈을 꾹 감고 참아 두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참다 참다 못하여 정 참을 수가 없게 되는 때에야 비로소 반항을 시험하여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순간 반항하여 본 뒤에는 또 다시 방관자의 태도로 돌아서고 마는 백성들―

 

이 일 년이 못 되는 짧은 기간 안에 여섯 군데서나 분요가 일어난 일 때문에 당시의 정부의 주인인 김씨 일문은 쩔쩔매었다. 백성과 집권자의 사이의 의가 이렇듯 좋지 못하니 이 것이 웬일이냐고, 상감은 연하여 김좌근에게 꾸중을 하였다.

 

그것은 전대 미문의 일이었다. 어떻게 하다가 한 곳에서 민요가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 책임이 적지 않거늘, 여섯 군데서나 일어난 것은 정치가 얼마나 퇴폐하였는가를 여실히 증명하는 바로서, 그의 전 책임은 정부의 요로자가 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팔도 삼백여 주에 내보낸 방백 수령들은 모두 김씨 일문의 세력 아래서 나갔는지라, 그 책임 문제는 더욱 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씨네들은 연하여 머리를 모으고 회의를 하였다. 자기네들에게도 짐작이 안 가는 바가 아니어서, 이대로 버려 두었다가는 삼백여 주가 한 군데도 떼지 이러고 모두 한번씩 들고 일어설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자기네들의 세력에 흔들림이 기지 않을까 하여 내심 공황 중에 있던 그들이라, 이 민요 문제는 어떡허든 삭여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리하여 회의를 거듭한 결과 그들은 한 가지의 방책을 얻어 내었다.

 

백성들이 분요를 일으킴은 오랫동안 한 사람의 학정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학정이 그냥 계속된다 치더라도 학정하는 사람만 연하여 바꾸어서, 오늘은 이 사람의 학정, 내일은 저 사람의 학정, 모레는 또 다른 사람의 학정―이렇듯 학정하는 인물만 갈아 대면, 백성들은 누구에게 반항을 하여야 할지 분간하지를 못할 것이다.

 

즉, 갑 군수의 학정에 견디지 못하여 반항을 하여 보려고 서로 수군거릴 동안에, 갑 군수를 벌써 갈려서 다른 곳으로 가고 을 군수가 오게 되며, 또 병 군수로 갈리듯―이렇게 끊임없이 군수를 갈아 대기만 하면, 반항의 상대자를 얻지 못하여 백성들은 분요를 일으키지 못하리라, 이런 방책을 세우기로 하였다. 선정하는 사람을 보내서 어지러운 세태를 정돈시키려 하지 않고, 어지러움은 어지러움대로 두고 백성들이 들고 일어설 기회만 없게 하도록 방책을 세운 것이었다.

 

가뜩이나 잦던 수령들의 체변이 더욱 잦게 되었다.

 

조선 역사에 있어서 그 때만큼 지방관의 변동이 많은 때가 과거에 없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서 고종 황제 때에, 민 중전을 배경으로 민씨 일파의 매관 매작 때에 또한 그 때와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과거에 있어서는 그 때같이 변동이 잦던 때가 없었다. 이틀이 멀다 하고 갈아 대었다. 신관의 환영연을 준비할 동안은 벌써 그 뒤에 다른 신관이 부임을 하여, 환영 준비를 하던 신관은 벌써 구관이 되어 버리고―그 새 신관도 또한 그렇고, 이렇듯 눈이 뒤집힐 지경으로 체변되었다.

 

그런지라, 많은 밑천을 들여서 수령 자리를 산 그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최대 스피이드로 긁어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임하러 내려가는 도중에서부터 벌써 착수를 하여, 부임하는 그 날부터 긁어 올리기를 시작하고 하였다.

 

녹아나는 자는 백성들뿐이었다. 그러나 김씨들의 예측과 같이 분요는 일으킬 겨를이 없었다. 일으키려면 벌써 다른 수령이 부임하게 되므로, 행여 이번이나 이번이나 하면서 이 놀라운 학정을 감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달아서 일어나는 각 곳의 민요는 이리하여 좀 머츰하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