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민(市民)들의 이런 조소를 받으면서 흥선은, 천 이방, 하 영찰 등과 어깨를 겨루고 나날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여보게 원!”
“여보게 형!”
“여보게 이!”
“여보게 정!”
천, 하, 장 안을 흥선군은 원, 형, 이, 정으로 불렀다. 천희연은 '원'이라, 하정일은 '형'이라 불렀다. 장 순규는 '이'라 불렀다 안필주는 '정'이라 불렀다. 이 천하장안의 원형이정과 흥선의 일행이 밤의 거리를 횡행할 때는, 맨 하류 부랑자들도 도리어 피하고 하였다.
맨 하류 무뢰한이 기세를 뽑는 연유는, 저 편 쪽에서 자기네의 체면을 지킨다는 핸디캡이 있기 때문이어늘, 흥선군이며 천하장안은 자기네의 체면을 돌아볼 만한 고급 무뢰한이 아니었다. 삯군들과도 상투를 마주 잡고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무리였다. 여기는 맨 하류 무뢰한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백강(白江)의 후손, 참판 이용은(參判 李容殷)은 괄괄하고 억세고 성미 급한 사람이었다. 이용은이 어떤 때 하인들을 시켜 어떤 부민(富民)을 하나 잡으러 보냈다. 하인들이 주인의 명으로 그 부민을 잡으러 부민의 집에 이르러 보니, 자기네보다 먼저 판서 윤정구(判書 尹正求) 댁 하인들이 그 부민을 잡으러 와 있었다. 거기서 하인들끼리 충돌이 되었다.
이용은의 하인들은 주인을 닮아서 괄괄한 무리들이었다. 그 괄괄한 세로서 부민을 자기네가 잡아 가려 하였다.
그러나 선착권(先着權)을 가진 윤 판서 댁 하인들이 손쉽게 내어 줄 까닭이 없었다. 그 부민을 잡아 가기만 하면 주인도 한 몫 잘 보려니와, 하인들에게도 얼마만큼의 여경(餘慶)이 돌아오는지라, 하인들은 제각기 부민이라는 고기를 자기네가 잡으려고, 마지막에는 윤 판서 댁 하인과 이 참판 댁 하인의 사이의 격투까지 일어났다.
기운으로 이 참판 댁 하인들이 세었던 모양이었다. 이 참판 댁 하인들은 격투에 승리를 한 뒤에 부민만 잡아 가지 않고 '정당한 전리품(戰利品)'으로서 윤 판서 댁 하인들까지 잡아 가지고 위세 등등히 개선을 하였다.
“이 놈들아! 우리를 누구로 알고 잡아 가느냐? 우리는 윤 장작 댁 하인이로다.”
가련한 전패자들은 잡혀 가면서도 연하여 뽐내고 호통하였다.
사실에 있어서 당시 '윤 장작 댁'이라 하면, '윤 판서'라기보다는 '윤정구'라기보다는 더욱 유명하고, 온 근린의 부민들의 공포의 적(的)이었다. 윤 판서는 부민들을 잡아다 장작으로 두들겨 주고 하기 때문에 '윤 장작'이라는 별명을 듣던 것이다. 그리고 윤 장작 댁 하인이로라고 호통을 하면, 다른 재상가들은 슬며시 놓아 주던 것이었다.
그러나 주인이 이 참판을 본받아서 괄괄하기 짝이 없는 이 댁 하인들은 '윤 장작'쯤에 놀랄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부민과 아울러 잡아온 이 포로들을 주인 참판 영감께 바쳤다. 그 포로들을 받으면서 주인 참판의 호령이 이러하였다.
“그 놈들 윤 장작 댁 하인이라느냐? 그 놈들을 모두 묶어서 도끼 자루로 웅덩이 살이 해지도록 쳐라. 제가 장작이면 나는 장작을 패는 도끼로다.”
이 일 때문에 이용은은 그 뒤부터 '이 도끼'라는 별명을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