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성하와 동반하여 대비께 들어가 뵈옵고 나온 이래, 흥선의 몸가짐은 더욱 어지러워졌다.
집에 있는 날이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여 집에 돌아오더라도 있는 시간이 극히 적었다. 곧 다시 밖으로 나가고 하였다.
흥선의 난행은 과시 놀랄 만하였다. 천희연, 하정일, 장 순규, 안필주―소위 후일의 '운현궁의 천하장안'이라는 일컬음을 들은 이 네 사람의 관속은, 흥선의 난행에 가장 좋은 짝패였다. 이 네 사람의 오입장이를 앞장 세우고, 흥선은 투전판이라 기생집이라 술집이라를 마구 돌아다녔다. 당시의 마음 있는 사람들은 이 흥선의 너무도 과한 난행에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영락되었기로서니 몸이 왕가의 친척으로 태어나고, 그 위에 그다지 먼 친척도 아닌 이상에는 왕가의 체면으로라도 좀 몸을 삼갈 것이지, 기생집을 공공연히 다니는 것조차 과한 일이거늘, '천하장안'과 짜 가지고 기생집으로 몰려 오는 시골 오입장이를 알겨 먹기가 일쑤이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투전을 하여 그 사람의 돈을 속여 먹기가 또한 예상사였다.
그런지라, 좀 결기 있는 몇몇 사람이 부러 흥선의 흔히 다니는 기생집에 지켰다가, 트집을 잡아 가지고 흥선을 두들겨 준 일까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흥선은 탓하지 않았다. 매를 실컷 얻어 맞고 코통이 모두 터져서 코피를 쿨쿨 쏟으며, 그의 작다란 몸집을 팔팔 날뛰며 결이 나서 그러는 양을 보면, 다시는 기생집에 발길도 안 할 듯하지만, 그 집에서 매맞고 쫓겨나서는 얼굴의 코피를 씻고 또 다른 기생집으로 찾아가는 흥선이었다.
경패라 하는 약방 기생의 집에 흥선이 자주 다닐 때의 일이었다. 경기 감영의 호방으로 있는 박모라 하는 사람이 그 경패의 집에서 흥선을 만났다. 본시 흥선의 인물이 덜 났다는 소문을 들은 일이 있는 박모는 흥선에게 향하여,
“대감이 소인께 곡배를 한 번 하면 수석(首席) 자리를 대감께 내어 드리리다.”
고 제의를 하여 보았다. 그러매 흥선은 서슴지 않고 일어나서 곡배를 하였다. 그러나 곡배를 할 동안 박모는 일어서면서 흥선의 옆구리를 발길로 찼다.
“이 더러운 자식!”
임금에게밖에는 못하는 곡배를, 왕가의 친척이 한 천리(賤吏)에게 하는 무슨 일이냐? 박모는 그 절을 받지를 못하고 황황히 일어서서 흥선을 발길로 차고, 흥선의 엎드린 등에 침을 뱉고, 소매를 떨치고 기생의 집에서 나갔다.
박모의 발길에 채어서 굴렀던 흥선은, 박모가 나나 뒤에 일어나서 발에 채인 옆구리를 두어 번 쓸어 보고, 도포를 벗어서 박모의 침을 더러운 듯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씻어 버린 뒤에 예사로이 경패의 곁으로 내려갔다. 경패도 이 꼴을 좋지 못하게 보았던 모양이었다. 경패도 소피를 보러 간다고 나갈 뿐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을 경패의 방에서 혼자 담배만 빨고 앉았다가, 그래도 경패가 돌아오지 않으매, 흥선은 하릴없이 그 집에서 나왔다.
“에익, 헛 절을 했군!”
절을 했지만 그 절의 효력을 보지 못했다는 불평이었다. 이렇듯 흥선은 끝 없는 난행을 거듭하였다. 담뱃대를 가로 문 채 술에 취하여 길모퉁이에 구겨 박혀서 잠을 자다가, 통행인의 발길에도 흔히 채였다. 얼굴이 반반한 계집종이라도 지나가면, 뒤를 따라가면서 무엇을 달라고 조르기가 또한 예상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