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당쟁이 심할 때에는, 어제는 노론, 오늘은 소론, 내일은 남인, 모레는 북인―이렇게 정부의 수뇌자가 바뀌었는지라, 수뇌자가 바뀔 때마다 지방 수령들은 따라서 바뀌게 되었다. 그런지라 '공사 삼일간'이라 하는 속담까지 생기고, 사흘만 지나면, 오늘은 사건도 그 때는 '비사건'이 되고, 오늘의 죄도 그 때는 공이 되게―이렇게 변화가 심하였다.

 

지금의 '공사 삼일간'은 그 시대와 같은 당쟁의 결과가 아니다. 매관 매작이 너무도 심하기 때문에, 수령자리를 이만 냥에 샀던 사람은 삼만 냥 내는 사람에게 앗기고, 김병학에게 수령 자리를 샀던 사람은 김병기에게 돈 내는 사람한테 앗기고, 약채전을 적게 보내는 사람은 수많이 보내는 사람에게 앗기고'이리하여 지방관의 변동이 무상하였던 것이다.

 

“황공하옵신 하문이옵니다. 질치(?痴) 미처 눈이 돌지 못하와 성념에까지 및게 하온 것은 죄당만사이옵니다.”

 

“듣건대 지방 수령들은 상세정공(常稅正供) 이외에 남징(濫徵)이 심해서, 백성의 곤란이 자심하다니, 그것은 또한 웬일이오니까?”

 

“황공하옵니다. 모두 이 우질(愚?)의 죄로소이다.”

 

“관서(關西)의 제읍에서는 공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조(田租)를 예징(豫徵)한다 하니, 그것은 또한 웬일이오니까?”

 

“황공하옵니다.”

 

“환곡(還穀)의 폐해 또한 적지 않다는 말이 있으니, 열성조(列聖朝)에서 그 제도를 그냥 답습하셨음은 백성들의 곤핍함을 돕고자 하심이어늘, 탐관들이 그것을 악용을 한다니 그것은 또한 웬일이오니까?”

 

“너무도 황공하옵신 하교이옵니다.”

 

궁중 깊은 곳에 있고 호위하는 무리들 역시 지금의 악정의 장본인들이어늘, 그러한 환경에 있는 당신에게까지 악정의 가지가지가 새어 들어오니, 민간에서는 그 원성이 얼마나 크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신들이 들고 들어오는 문제는 어떤 것인가?

 

어떤 지방에 화재 혹은―수재가 있으니 상감께서 기도를 드립사, 군대의 조련 때문에 백성들이 괴로워하니 조련을 정지하게 해 줍시사, 어느 능(陵)에 누구를 참봉으로 명하여 줍시사, 어느 누구는 어느 때의 명유(名儒)이니 사당을 세우고 제사하게 해 줍시사, 

 

어디 낙뢰(落雷)가 있음은 하늘이 노하심이니 상감께서 감선(感膳)을 합시사, 어느 제사에는 상감은 어떤 의대를 잡수시고 중전은 어떤 의대를 잡수셔야 하는 것이 격식이오매 그렇게 합시사, 옛날의 어느 선비에게 증작을 합시사―아무 이익도 없는 이런 문제만 들고 들어오니, 이것은 재상들의 어리석음이냐, 혹은 재상들이 상감 당신을 깔보고 하는 것이냐?

 

다른 대신들에게 하고 싶으면서도 못 하였던 말씀을 상감은 오늘 정원용의 앞에 죄 피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