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이라는 이름조차 이 때의 흥선에게는 도리어 너무 거룩한 이름이었다.

 

포교들은 차차 흥선의 일행을 알아보고 그 일행을 피하게쯤 되었다. 아무리 난행을 거듭한다고 할지라도, 정일품 현록대부 흥선군 이하응을 체포할 권한을 갖지 못한 포교들은, 차차 흥선을 알아보고 흥선을 피하였다.

 

흥선은 몇 번 붙들려서 포청까지 잡혀 간 일이 있었다. 만약 흥선으로서 체포당하는 그 때에 정신이 있었다면 호통을 하며,

 

“나는 흥선군인데, 어떤 놈이 나를 붙드느냐?”

 

고 호령을 하였을 것이로되, 술에 과취하여 정신을 잃고 행패를 하다가, 몇 번 포교들에게 붙들리어 포청까지 잡혀 갔던 것이었다. 이리하여 이젠 포도청까지 그 얼굴이 알리운 흥선은 더욱 자유로이 횡행하였다.

 

천, 하, 장, 안―이 네 사람의 참모는 흥선의 곁을 떠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이 장난꾸러기의 무뢰한 일패는 때때로 월장을 하여 남의 집 내청까지 들어가서, 문창을 침 발라 뚫고, 그 안에서 여름날의 저녁의 서늘함에 취하는 미녀들의 교태를 도규(盜竅)하는 취미까지 느꼈다.

 

누구인지 모르고 잡으러 따라오는 포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남의 집 뒷간에 몰아 넣고 달아나기가 일쑤였다.

 

물동이를 이고 가는 계집 하인들의 옆구리를 간지럼시키기가 일쑤였다.

 

술이 취한 뒤의 그들이 하는 장난은 끝이 없었다. 마치 어린애들과 같았다. 어깨를 겨루고 큰 길을 좁히며 돌아 다니는 꼴―침을 뱉지 않고는 보지 못할 꼴이었다.

 

관가에는 연하여 이 네 사람에 대한 소장이 들어왔다. 내정 돌입을 하였읍네, 투전을 하여 돈을 빼았읍네, 술먹고 돈을 안 냈읍네, 성군작당하여 공연한 사람을 두들겼읍네, 별의별 소장이 다 들어왔다. 그러나 관가에서 처분할 수 없는 흥선이었다. 돈 없고 세력 없고―그러나 정일품 현록대부라 하는 명색을 가진 흥선은 처치하기 귀찮은 존재였다. 직접 관가에 손해나는 일은 하지 않는지라, 관가에서는 눈 감아 버리는 것으로 최상책을 삼았다.

 

“에쿠, 흥선 대감 행차하신다.”

 

“어디? 참, 얼씨구, 얼씨구! 이건 갈지(之)자 걸음이 아니구, 머뭇거릴착(?)자 걸음일세. 호이호이, 어이구 죽겠다. 꼴 좋다! 저게 군(君)이 다 뭐야?”

 

“우리 집 개 황귀(黃耳)도 황귀군(黃貴君)이라고 붙일까?”

 

“흥선군이라고 붙이고 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