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가 가로 들어섰다. 어디웬 놈으로서 아무리 술에 취하고 흠이 없다기로서니, 흥선의 이름을 외람히도 부르는 것을 그저 볼 수가 없었다. 나서는 다음 순간, 성하의 오른손은 필주의 뺨으로 날아 갔다.
“이 놈! 버릇 모르는 놈 같으니. 아무리 네 정신이 아니기로, 너는 죽을 혼이 들었느냐? 고약한 놈!”
필주는 정신을 펄떡 처리는 모양이었다. 눈을 딱 바로 뜨고 잠시 성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흥선의 소매에 늘어지며 엉엉 울기 시작하였다.
“대감, 저 양반이 소인의 따귀를 가져가셨습니다. 소인의 볼이 달아났습니다. 대감, 대감! 아이고 이런…”
차차 구경군들이 둘러서기 시작하였다.
“볼이 없어졌다? 그럼 자네는 무협필주(無頰弼周)―아니 협비(頰飛) 필줄세 그려! 뺨이 없으면 모두새렷다. 여보게 팔돈! 내 친구의 뺨을 어디다 두었나? 도로 주게.”
“대감! 자, 어서 댁으로 돌아가십시다. 잠시 좀 진정하셔서 예궐을 하셔야겠습니다. 조 대비마마께서 대감을 부르십니다.”
조 대비―정신을 못 차리던 흥선은 이 한 마디에 펄떡 정신을 차렸다. 이 한 마디는 흥선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청량제였다.
성하가 부른 가마 두 채에, 앞 가마에는 흥선이 타고 뒷 가마에는 성하가 타고, 필주는 그냥 떼어 버리고 가마를 몰아서 흥선 댁으로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조금 뒤였다.
“자, 대감! 조금 쉬세요. 시생도 대감 계신 곳을 찾노라 밤을 곱게 새웠습니다. 좀 쉬시고 오시나 지나서 대비께 들어가 뵙시다. 무슨 중대하신 의논이 계신 모양입니다.”
이리하여 성하는 흥선의 웃옷을 모두 벗기고 흥선을 붙안아서 보료 위에 고이 뉘었다. 그리고 드러눕기가 무섭게 즉시로 코를 고는 흥선을 보면서 자기도 잠시 쉬려고 몸을 벽에 기대었다.
밤을 새워서 흥선을 찾으라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성하도 몸이 몹시 곤하였던지라, 벽에 기댄 조금 뒤에는 성하 역시 약하게 코를 골았다. 두 사람은 흥선의 사랑에서 한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