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포교들이 앞문을 열려고 야단하는 동안에, 흥선의 일행과 상인들의 일행은 뒷문을 박차고 앞뜰로 나와서 담을 넘어 한길로 뺑소니치기 시작하였다.
뒷담을 넘어서는 제각기 사면으로 헤어져서 달아났다.
흥선은 필주와 함께 동쪽 한길로 달아났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해서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나므로, 돌아보매 포교 하나가 흥선과 필주의 뒤를 쫓아온다. 눈치 빠른 그 포교는 집 뒤를 보려고 돌아오다가 도망하는 두 사람을 보고 따르는 것이었다.
“이 놈들, 섰거라! 잡아라!”
포교는 함성을 지르며 전속력으로 따라왔다.
흥선과 필주도 죽을 힘을 다하여 뛰었다. 깊은 밤의 골목에서 이 뛰고 쫓는 일 때문에 때 아닌 활극이 일어나고, 집집의 개들이 어지러이 짖었다.
흥선은 왜소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뛰는 데도 속력이 빠르지 못하였다.
“대감, 어서! 자 어서!”
필주가 연하여 손목을 끌면서 뛰었지만, 포교와의 사이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이러다가는 필경 잡힐 수밖에는 없게 되었다.
그때였다. 사람이 죽을 수가 닥치면 살 수가 생긴다고, 숨이 턱에 거의 닿아서, 이제는 더 못 뛰게쯤 되어서 흥선의 눈에는 뉘 집 뒷간(길로 문이 달린)이 하나 띄었다. 흥선은 필주에게 손목을 잡힌 채 그리고 화닥닥 뛰어 들어갔다. 손목을 잡았던 필주도 끌리어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흥선은 안에서 뒷간 문을 잠가 버렸다.
한 걸음 뒤 떨어져 온 포교는 뒷간 앞에 서면서 벌써 걸린 문을 잡아 낚았다.
“이 놈들, 나오너라! 안 나왔다는 문을 부순다.”
위협하면서 문을 발길로 찼다 잡아 낚았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