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은 문득 누가 자기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는 것을 알았다. 그 충동으로서 흥선은 비틀하면서 돌아보았다.
“대감, 시생이올씨다.”
웬 젊은 사람이 흥선의 소매를 놓으며 인사하였다.
흥선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술에 과히 취하였기 때문에 눈의 촛점이 모아지지 않았다.
흥선은 눈을 이리 찡그리고 저리 찡그리며 젊은이를 마주 보았다.
“대감! 시생이올씨다.”
“시생이란? 보아하니 나보다 큰데 시생이란? 선생이지?”
“몰라 보시겠습니까? 조성하올씨다.”
그것은 조성하였다. 어제 조 대비의 부름으로 대궐에 들어갔다가 조 대비께서 흥선군을 좀 모셔 오라는 영을 듣고, 어제 낮부터 오늘 아침까지 밤을 새워 가면서, 흥선이 갈 만한 곳은 모두 찾아다니다가, 여기서 겨우 죽게 취한 흥선을 만난 것이다.
“오오, 조성하라! 누군가 했더니 조성하라! 웬놈인가 했더니 조성하라! 자네 이 주부 사윌세그려?”
“네!”
“이 주부께는 아들이 있겠다. 그 아들놈한테 내 딸을 주기로 했네그려. 하니깐 이 주부는 내 사돈이야. 자네는 그 이 주부의 사위니깐 내게는 사돈의 사돈―즉 팔돈일세 그려! 여보게 팔돈!”
성하는 민망한 듯이 허리를 굽혔다.
“대감! 어디서 약주를 과히 잡수셨습니다그려?”
“허어! 어제 투전해서 돈 땄네그려, 그래서―어―이 사람 어디 갔나? 여보게 필주!”
조금 앞에 담벽을 기대고 건들거리던 필주가 나왔다.
“네이! 여기 대령했습니다.”
“흥, 자네가 그 모퉁이서 필주! 하니 나오니 이름이 필줄세그려.”
“대감은 소인을 부르시는데 하으―ㅇ 하고 부르시니 하응(昰應)이올씨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