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밤 가인들이 모두 잠들기를 기다려서, 홀로 향불을 피워 가지고 가묘의 지나간 오 대의 조상의 위패 앞에 설 때는, 흥선은 기괴한 흥분과 기괴한 기대 때문에 가슴이 떨렸다.
일찍이 성하를 통하여 조 대비께 가서 뵙고, 조 대비에게 미음은 사지 않을 만한 교제를 맺어 놓았지만, 그것으로서 그의 야심이 찰 바는 무론 아니다. 조 대비께 그만 신임뿐으로 야망이 성취된다 하면, 종친 공자로서 야망을 성취 못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흥선도 짐작하거니와 인손이라는 인물이 조 대비의 사랑하는 왕실 공자로서, 상감 불행한 뒤에는 십중 팔구는 사직의 승계자가 인손이가 될 것이다. 이제 얼마만큼 조 대비께 자주 출입하여 흥선 자기가 인손이보다 더 신임을 얻기 전에는 '떡'은 인선이의 것이 될 것이다. 흥선 자기는 닭 쫓던 개 모양으로 지붕만 쳐다볼 인물이 될 것이다.
시정에 배회하면서 권문 거족들에게 멸시를 받을 일을 끊임없이 하는 한편으로는, 흥선은 또한 조 대비께 더욱 가까이하여 인손이보다 더 신임을 얻을 방략을 늘 꾸미고 있던 것이었다. 이제 김씨 일문의 손에 인손이가 없어졌는지라, 흥선 측으로 보자면 또한 강적(强敵) 하나가 없어진 것이었다.
“당신의 후손의 앞에 지금 복의 문이 열리나이까. 혹은 이 일도 특별히 관심할 바가 아니오니까?”
위패 앞에 이런 호소를 할 때는 흥선의 눈에는 찬란한 빛이 났다.
그로부터 흥선의 난행(亂行)은 더욱 심하여졌다. '천하장안'을 연하여 불러 오며, 대낮에도 이런 잡배들과 큰 소리로 농담을 던지며 거리를 횡행하여, 더욱 사람들의 웃음과 멸시를 사기에 노력하였다. 지금 자기의 몸은 귀한 몸―여차하다가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귀인이 될지도 모르는 몸인지라, 이 몸을 섣불리 김씨 일문에 산 제물로 바쳐서는 안 될 일이다.
이리하여, 그렇지 않아도 남이 손가락질하는 난행을 거듭하던 흥선은, 이하전이 없어진 뒤에는 더욱 어지럽고 거친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한편 혹은 조 대비가 자기를 부르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여, 그는 그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 신임하던 이하전을 잃은 조 대비였다. 다른 종친들은 지금 모두 김문의 부하가 되어 있는 중에(멸시 받을지언정) 부하는 아직 되지 않는 유일의 종친―자기는 장래 어떤 날 반드시 조 대비가 부를 날이 있을 것이다. 그 날을 준비하기 위하여 흥선은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서 새 관복이며 서대며 사모를 모두 준비하여 두었던 것이다.
―굴러 오는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