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몇 잔씩만 하고 가려던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이서―단 둘이서 만난 이상 몇 잔으로 끝이 날 수가 없었다. 한 잔 두 잔이 열 잔 스무 잔으로 넘어가고, 스무 잔이 서른 잔으로 넘어가서 그칠 바를 몰랐다.
“이 놈! 그래, 이 놈 필 주야! 그래 네가 이 놈, 나와 마주 앉아서 외람되이 술을 먹는단 말이냐?”
“대감, 그래 대감이나 소인이나 ○○ 두 쪽 밖에 없는 신세야 일반이지, 대감은 무슨 큰 신통한 일이 계시오?”
차차 취하여 가는 그들은 연하여 농을 하면서 주고받았다.
이리하여 밤이 새도록 먹고 마시고―그들이 그 술집을 나선 것은, 봄날 짧은 밤은 다 밝고, 동천에는 벌써 불그스레한 해가 떠오를 때였다.
그 집에서 나온 때는 그들은 정신을 모르도록 취하였다. 그다지 넓지는 못하지만 또한 과히 좁지도 않은 길을, 그들은 어깨를 겨루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다시 동쪽으로 돌진(突進)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걸었다. 연하여 소리를 높여서 노래를 불렀다.
“백구야 훨훨―
필주야, 이 놈 필주야! 껑충 뛰지를 마라. 너 잡을 내가 아니다. 어허! 지금이 대체 저녁이냐 아침이냐? 해가 지붕 너머로 보이는데, 저녁인지 아침인지를 모르겠구나.”
“대감, 아마 지금이 아침인 모양이올씨다. 해가 아침하니 지붕 위에 솟아오릅니다. 허허허허!”
“아침하니 솟아오르니 아침이라! 그러면 저녁하니 떨어지는 저녁이냐?”
“하하하하!”
이 대감―지금 바야흐로 그의 일산상의 중대한 운명이 대궐 안에서 극비밀리에 내정되려는 것도 모르고 흥선 대감은 중인(中人) 친구와 함께 아침의 대로상에서 난무(亂舞)를 하는 것이었다.
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이 이른 새벽 주정군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길을 피하였다.
“환장할 놈들! 이른 새벽부터 어디서 저렇게 모주를 쳐다리고 야단이람.”
“낫살이나 든 녀석이 저 꼴이로군.”
이러한 뭇 입을 그들은 듣지 못하고 여전히 동지서지 하여 길을 좁히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