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포교의 야료를 들으면서 흥선은 주머니를 뒤적이었다. 그리고 돈을 한 줌 꺼내어, 듣기 좋게 절럭절럭 흔들었다. 이 돈 소리에 포교의 야료가 좀 멎었다.
“흥, 열 냥이로군!”
흥선은 밖에서도 들릴 만한 소리로 중얼거리고, 그 돈을 왼손에 바꾸어 쥐며 가만히 문을 걸쇠를 잡아 젖혔다. 그리고,
“이 놈! 칼 나간다. 칼 받아라!”
하면서 문을 좀 열고 그 틈으로 돈 쥔 손을 쑥 내밀었다.
포교는 흥선의 주먹을 받아 쥐었다. 그리고 조심조심히 돈을 받아서 제 몸에 간직하였다. 포교에게 돈을 준 뒤에 주먹을 도로 끌어들이고 이젠 뒷간 밖으로 나갈 차비를 하려는데, 별안간에 포교의 야료가 또 시작되었다.
“이 놈들, 이 속에 숨은 줄을 뻔히 안다. 썩 나오거라.”
그리고는 문은 잠그지는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열 생각은 하지도 않고, 연하여 요란스러이 두드리기만 하였다. 부서져라 하고―.
흥선은 하릴없이 필주에게 돌아서면서 큰 소리로 말하였다.
“여보게, 자네 주머니 톡톡 털어서 열 닷 냥만 내게.”
한 두 번의 경험이 아닌 필주는 주머니를 열고 열 닷 냥을 세어서 흥선에게 드렸다. 문 두드리는 소리는 또 멎었다.
“주머니를 톡톡 털었나?”
“인전 한 푼도 없습니다.”
큰소리로 주고 받은 뒤에 흥선은 필주의 돈을 받았다. 그리고 아까 모양으로 문을 조금 열면서,
“이놈, 총 나간다, 총 받아라!”
하면서 주먹을 쑥 내어 밀었다.
포교는 두 번째의 돈을 또 받아서 몸에 간수하였다. 그런 뒤에,
“에이, 그런 놈들! 어디로 도망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 용꿈 꾼 놈들이다. 이 내 눈에는 벗어났담. 헐 수 없군! 인전 가야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차차 저 편으로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