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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흥선과 필주는 뒷간에서 나왔다. 그리고 포교가 간 쪽으로 역시 어두움 가운데로 사라졌다.
“오늘 얼마 땄나?”
좀 뒤에 흥선과 필주는 어떤 내외술집에 마주 앉았다. 필주는 자기의 주머니를 털어서 다 쏟아 놓고 세어 보았다. 일흔 석 냥이었다.
“일흔 석 냥 있는데 본전이 열 두 냥 있었으니깐 예순 한 냥 땄습니다.”
“스물 닷 냥 공용이 있지?”
“참, 그럼 여든에다 엿 냥 딴 셈이올씨다.”
“나는 스물 두 냥 밑천이 지금 홑 석 냥 남았네.”
“운 좋은 놈들. 홀짝 알겨 먹을렸더니 그놈들이 뛰쳐 들기 때문에…”
“아마 다 해서 한 삼사백 냥은 갖고 있었을걸?”
“그런 모양입니다.”
흥선은 필주의 앞에 놓인 예순 몇 냥의 돈에서 마흔 냥만은 제 주머니에 집어 넣고 나머지를 필주에게 밀어 보냈다.
“언제 또 걸릴 날이 있겠지. 그 때 톡톡히 알겨 내세나.”
“운수 좋은 놈들―이담에 또 걸렸다만 봐라. 부랄까지 알겨 낼게.”
“자, 어서 몇 잔씩 하세. 곤하군.”
이리하여 그들은 거기서 술을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