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
“가만! 이게 무슨 소리냐?”
일동은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헷귄가?”
“자 대감 거시오.”
“걸지. 얼마?”
투전판이었다.
물주를 선 것은 안필주(安弼周)였다. 흥선, 장순규(張淳奎), 그 밖에 육주비전(六矣廛)의 장사아치가 서너 사람 있었다.
어떤 어둑신한 집 안채였다. 투전에 재간을 좀 피울 줄 아는 안필주가 몫을 잡고 물주를 서서 상인들을 알겨먹으려는 플랜이었다. 장 순규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웃목에 두어 명 쫑그리고 앉은 것은 차력패였다. 마지막에 상인들이 돈을 잃고 말썽을 부리면 달려들어 부술 장사들이다.
“자, 박 서방도 거시오.”
“걸지요.”
“얼마?”
“글쎄, 물주 손속이 너무 세서―그러니 잃고 적게 걸 수도 없고…열 냥만 겁시다.”
“열 냥? 홍 서방은?”
“나는 열 닷 냥.”
“최 서방은?”
“나도 열 닷 냥.”
“그럼 자…”
또 바싸 하는 소리가 들렸다.
“쉬!”
“?”
분명히 무슨 소리가 밖에서 났다. 모두들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면 아무 소리도 다시는 나지 않았다.
“떡쇠야! 어디 좀 나가 봐라.”
돈은 제각기 제 앞에 놓은 채였다. 필주는 몫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방 안의 모든 사람은 경계하듯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떡쇠가 가만히 문을 열었다.
“누구요?”
가만히 불러 보았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밖에 누구 왔소?”
다시 한 번 불러 보았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좀 나가 보아라.”
흥선의 명령이었다. 떡쇠는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앞에 놓은 돈 위에 손을 덮고 여차하면 달아날 준비를 하고들 있었다. 잠시 후에 떡쇠는 무사히 돌아왔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품이 아무도 없더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