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는 자기가 무슨 큰 죄라도 지은 듯이 코를 마루에 비볐다.

 

“이 놈! 외상이 무냐? 썩 직전을 가져오너라.”

 

청지기는 또 한 번 코를 마루에 비볐다.

 

어디 군수 어디 현령―병기가 주선하여 내보낸 수령들의 점검이 다 끝났다.

 

병기는 재떨이에 담배를 떨면서 말하였다.

 

“금년 정월부터 지금까지에 천 냥 미만을 가져온 사람들은 모두 따로이 적어 두어라.”

 

“네!”

 

“외상도 미봉 편이다. 응, 그리고 만 냥 이상 가져온 사람도 또 따로 적고… 그 군수(산삼 열 근과 계집을 바친)는 만 냥 이상 편이다.”

 

“네!”

 

“또 그―××현령은 미봉이지만 특별히 눈감는다.”

 

특별이라는 것은 또한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병기와 그 당자―혹은 당자의 여권(女眷, 여자 식구)의 사이에 남이 헤아리지 못할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물러가거라.”

 

상전에게 하고 물러가는 청지기를 힐끗 보면서, 병기는 비로소 이편으로 향하여 돌아앉았다.

 

“영감 미안하외다.”

 

“아니올씨다. 시생이 황공하옵니다.”

 

거기는 병기의 주선으로 어떤 고을의 수령으로 나가게된 한 중로(中老)가, 부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병기에게 하직을 하러 와 있었다. 그 사이의 보는 앞에서 병기는 약채전의 조사를 한 것이다. 장래 수령 영감은 눈이 부신 듯이 병기를 우러러보았다.

 

“영감! 무엇보다도 백성을 사랑하실 줄을 알아야 하오. 수령이 되어서 백성을 모르면 그 직책을 다할 수 없는 것이오.”

 

“지당한 말씀이올씨다.”

 

파격(破格)의 예로서 영내(楹內, 현관의 안쪽. 기둥의 안쪽이라는 말로 관청이나 궁궐 등의 堂을 나타냄)에 들어앉은 새 군수는 황공한 듯이 허리를 굽혔다.

 

“××는 산읍(山邑)이지만 산삼이며 돈피(?皮) 많이 나는 곳, 그 곳의 수령은 특별히 백성을 사랑할 줄을 알아야 하오.”

 

“지당한 말씀이올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