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성하!”

 

“?”

 

“다른 놈 잡아 가둔 건 그다지 별다르지 않지만, 석경원이란 놈 잡아 가둔 일을 생각하면 십 년 체기가 한꺼번에 내려가는 듯하네. 이 놈이 십 년 전에 내게 대해서 행한 행사를 생각하면 그런 시원한 일이 없데. 이 놈의 아들놈 손자놈 할 것 없이 모두 집으로 몰려 와서, 손이 발이 되도록 애걸하던 꼴은 지금도 눈에 서언하네. 내 그놈을 한 푼 없이 알겨 냈지. 지금 거지가 돼서 떠돌아 다닌다네.”

 

“어떻게 잡아 오셨습니까?”

 

“듣고 싶은가? 내 이야기할께 들어 보게. 가만, 주안 나오나베. 천천히 먹어 가면서 이야기하세.”

 

내어 온 주안을 가운데놓고 학사는 성하에게 자기가 철천지한을 품고 있던 석경원이에게 원수를 갚던 일장 이야기를 꺼내었다. 성하는 안주도 집지 않고 술도 들지 않고, 잠자코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 학사의 집안은 시골서 벼 천 석이나 하던 집안이니까 부자 소리도 듣는 집안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어디 명색 없는 부자나 없는가고 탐지하는 두 가지의 세력(하나의 관력, 하나는 벌력)이 이 이학사의 집안을 거저 넘기지를 않았다.

 

먼저 향교에서 이 학사에게 장의(掌議)라는 명색을 주고 삼백 석을 앗아갔다. 천 석 추수에서 삼백 석은 꽤 큰 상처는 상처지만 치명상까지는 안 되었다. 학사는 장의라는 직함을 얻어 가지고 이것이 도리어 행세하는 근거가 된 것으로 여기고, 그다지 애석히 생각지는 않았다. 아직 칠백 석지기가 남았으니 그것을 가졌으면 넉넉한 생활은 할 수가 있으므로―

 

그러나 당시에 있어서 시골 장의 따위의 칠백 석이 또한 그냥 보전될 수가 없었다. 관력(官力)이라 하는 것이 학사의 칠백 석을 엿보기 시작하였다.

 

석경원이라는 인물은 영문 이방(吏房)이었다. 마음이 곱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 때의 그 곳의 장관인 감사도 또한 마음이 좀 검은 사람이었다. 학사―이 장의는 연하여 감찰부에 잡혀 갔다.

 

“감영 삼문에 사또님을 훼방하는 방을 붙인 것이 너지?”

 

혹은―

 

“결전(結錢)을 속였지?”

 

별의별 명색을 다 붙여서, 이 장의를 옥에 가두고 하였다. 그리고 그 매번을 자손들이 석경원이에게 막대한 뇌물을 바치고야 놓여 나오고 하였다. 이리하여, 갇혔다가는 뇌물로써 벗어나고, 또 같은 일이 번복되고 하여, 몇 해 후에는 이 장의네 집은 고생은 할이만큼 다 하고도 재산은 홀짝 다 빼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