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승후관이니 혹은 종친 중에 흥선군 이하응이라는 사람을 아나?”
“네, 짐작이나 합니다.”
“주책 없는 인물!”
그리고 하인에게 향하여,
“주안이나 좀 내어 오너라.”
하여 돌려 보냈다.
“왜 흥선군이 어떻게 하셨습니까?”
“글쎄 말일세. 종친으로 태어나서 그게 무슨 주책 없는 짓이람.”
“왜요?”
“사연이 이러네그려. 흥선군이란 인물이 안필주라나 하는 관속과 부동을 해 가지고, 지전 보는 홍모를 쇡임 투전에 걸어 넣어 가지고 육백 냥을 빼앗았다나?”
“찾아온다는 사람이 그 홍모랍니까?”
“그렇지! 그 홍모가 매일 찾아와서, 흥선군은 잡아 가두지 못하되 안모라는 사람을 좀 잡아 가두어 달라는구면.”
“그래 어떡허시기로 했습니까?”
“자네에게니 말이지, 장사아치는 참 더럽데. 지전 주인이 그게 무슨 꼴이람. 처음에는 열 냥 가져왔지. 그 담에 또 열 냥 가져왔지. 쉰 냥도 못 되고야 누가 그걸 잡아 가두어 주겠나? 오늘은 얼마 가져왔는지는 모르지만, 너덧 번 더 헛걸음 해야 될걸. 하하하하!”
“그러면 홍모는 부러 돈을 삭여 가면서 안모를 잡아 가두면 뭘 한답디까?”
“내가 그게야 알겠나. 아마 안모는 흥선군의 막역지우니깐, 흥선군한테 좀 떼내려는 셈이겠지.”
성하는 머리를 수그렸다. 무슨 매우 더러운 물건에 직면한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불쾌하였다.
“홍모뿐이 아닐세그려. 이 놈을 잡아 가두어 주오, 저 놈을 가두어 주오, 매일 청 대러 오는 인물들이 부지기술세그려.”
“다 돈냥을 가지고 옵니까?”
“그럼! 거저야 가두어 주나. 그런 것은 내 수입―큰 장전은 사당 재산―그렇게 되는 것일세그려.”
“아저씨, 그 안모라는 관속을 쉰 냥이 차기만 하면 가두어 주시겠습니까?”
“그럼, 내게 손해나지 않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