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지라, 사충사의 일유사 자리를 얻은 이 학사는 의기가 양양하였다. 학자는 권세를 초개같이 여기고 금전을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권세를 싫어하고 금전을 싫어하는 사람은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비교적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의 주인인 이 학사도 역시 권세와 금전을 좋아하는 노인이었다.

 

이 학사의 집은 목멱산 아래 깨끗이 새로 지은 집이었다. 넉 달 전에 거처하던 단간방에 비기건대, 설초운향, 그 차이를 형용할 말이 없었다. 선비의 집이라기보다 오히려 재상가의 산당에 가까운 집이었다.

 

“경치 좋고 공기 맑고 아주 좋습니다.”

 

성하의 이런 치사를 들으면서, 학사는 도포와 갓을 훌훌 벗어 버리고 관을 바꾸어 썼다.

 

“자, 흠 있겠나. 자네도 도포 벗게.”

 

하는 것을 성하는 벗지 않았다. 선비와 달라, 도포를 벗으면 창의라도 반드시 입어야 하는 벼슬아치의 집에 태어난 성하는, 동저고리 바람은 거북하기 때문이었다. 학사는 성하를 데리고 산 정자로 돌아갔다.

 

“인젠 날이 꽤 더워졌네. 정자에서 이야기나 좀 하고 가게.”

 

정자를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목멱산 기슭―장안이 굽어 보이는 언덕에 팔각으로 지은 얌전한 정자였다. 과시 앉아서 시나 읊고 토론이나 하기에는 적당하게 생겼다. 하인은 마치 학사의 꽁무니에 다린 사람인 듯이 '조'를 들고 따라 왔다.

 

“유사님, 아까 참 손님이 오셨다가 가셨습니다.”

 

성하와 학사가 마주 앉을 때에 하인은 생각난 듯이 말하였다.

 

“응? 누구더냐?”

 

“어제도 오셨던 분이올씨다.”

 

“어제도? 어제도 여러 사람이 왔었는데…”

 

“―그 육주비전에서 지전(紙廛)을 보시는 분이올씨다.”

 

“응! 그래 아무 말도 없이 갔냐?”

 

“저녁에 또 다시 오겠습니다고요.”

 

“그 뿐이야?”

 

“네!”

 

학사는 성하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