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는 머리를 수그렸다. 수그리고 잠시 있다가 머리를 들 적에는 그는 자기의 얼굴의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저씨, 제가 고 쉰 냥을 아저씨께 드릴게, 홍모에게 받으신 금전을 도로 내어 주시고 안모는 모를 체해 주십시오.”
“?”
학사는 성하를 보았다. 의아한 듯이 머리를 기울여 보았다.
“자네도 그 안모를 아나? 자네도 아는 사람이라면…”
말을 계속하는 것을 성하는 가로채었다.
“모릅니다. 모르지만 옛날 어느 성현께서 돈 받고 남을 잡아 가두라고 하셨습니까?”
학사는 즉시 대답지 못하였다. 잠시 뒤에 머리를 돌리며 대답하였다.
“그거야, 그런 말씀은 안 하지만, 서원 치고 안 하는 곳이 어디 있나? 서원뿐인가? 자네도 잘 알다시피, 내가 시골서는 본시 벼 천 석이나 하던 사람이야. 그게 왜 중년에 그렇게 가난하게 지냈나? 내가 외도를 해서 썼나, 역적 도모를 하다가 관가에 적몰을 당했나, 내 논 밭 삼백 석지기를 향교에 들어가고, 칠백 석지기는 석경원이란 놈이 앗아 먹고…그래서 중년 삼십 년 간을 삼순구식을 하면서 겨우 연명만 해 오지 않았나?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라네. 자네는 아직 젊어서 그런 일을 모르니깐 그렇게 생각하나보이마는, 사충사 일유사라는 것은 그만한 일을 하라고 나라에서도 권한을 주신 것이 아닌가?”
나라에서 매관 매작―
서원에서도 매첩 매직―
나라에서도 뇌물과 강탈―
서원에서도 뇌물과 강탈―
이 아래 끼운 세력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성하는 다변(多辯)한 아저씨의 말을 들으면서, 더욱 불쾌하였다.
“그럼, 아저씨께서는 그 새 몇 사람이나 가두어 보셨습니까?”
“나야 일유사가 된 지 석달 밖에 못되니깐 몇 사람 안되지―자, 평양 김모, 해주 최 서방, 또…”
누구누구 잠시 꼽아 본 뒤에,
“일곱 사람 밖에는 못 되네.”
하고 수효가 적은 것을 부끄러이 여기었다.
“일곱 사람에 합해서 얼마나 거두셨습니까?”
“내야 나 먹자고 거두는 게 아니니깐 얼마 되겠나? 큰 것은 사당으로 보내야 되고, 부스러기나 내게 돌아오는 것일세 그려, 아까 말한 것같이 장토 약간, 돈 얼마, 이집, 그것뿐일세. 한 십 년만 하면 나도 착실해지기는 하겠구면.”
이 선량한 노인은 십 년 간을 조를 맡아 두고 싶어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