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는 눈을 둥그렇게 하였다.

 

“아이구 이게 뉘십니까?”

 

그것은 성하의 외가로 아저씨뻘 되는 이 학사라 하는 늙은 선비였다.

 

“그렇게 들리지를 않던가?”

 

성하의 절을 받으며 이 학사는 이렇게 물었다.

 

성하는 의아한 눈으로 노인을 보았다.

 

가난하고 또 가난하여 도포 한 벌도 없어서 밖에 나다니지도 못하던 이 학사였다.

 

삼순구식이 아니라 구순삼식이라고 형용하고 싶도록 가난하던 이 학사였다. 정월에 성하가 문안을 갔을 때오 정월 초승부터 굶고 앉았던 이 학사였다.

 

그런데 이 날은 그의 머리에서는 통영갓이 어른거렸고 깨끗한 도포에 수띠는 분명히 생활이 넉넉한 선비의 차림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학사의 뒤에는 하인까지 하나 어려 있었다. 하인도 깨끗이 차렸으며, 그 하인은 무슨 귀중한 물건인 듯한 네모난 상자를 공단 보에 싸서 들고 있었다.

 

“아저씨, 아직 그 댁에 계십니까?”

 

그 오막살이랄 수가 없어서 댁이란 명사를 붙이면서 성하는 속으로 고소하였다.

 

“아니라네. 이사했네. 나하고 집에 같이 가 보지 않겠나?”

 

“어디오니까?”

 

이 학사는 대답 대신으로 입을 삐죽하게 하고 그 입으로 하인의 들고 있는 상자를 가리켰다.

 

성하는 학사의 입을 따라 보기는 하였지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조(彫)라네.”

 

“네?”

 

“사충사(四忠祠) 조라네. 내게도 운 틀 날이 굴러 오노라고, 이번에 사충사의 일유사를 하게 되었네그려.”

 

성하는 겨우 알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