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앞으로 읍하고 황공한 듯이 들어오면서 영외(楹外)에 엎드려 절하는 사람은, 나이는 한 사십쯤 났을 비교적 초라한 옷을 입은 인물이었다. 청지기의 말로는 도령님께 연줄 값 이백 냥을 가져왔다 하나, 이십 냥도 손에 쥐어 보지도 못했을 인물 같았다.

 

“자네가 최 장의인가?”

 

병기는 고즈너기 물었다.

 

이 물음에 그 사람은 몹시 낭패한 모양이었다. 어릿어릿 미처 대답을 못하였다.

 

“네, 아니―저 소인…”

 

“김천 사는 최 장의 아닌가?”

 

“소인은―저, 남, 남산동 살으와요. 성명 삼자는…”

 

병기는 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소리를 높여 하인을 불렀다.

 

“이리 오너라.”

 

그리고 등대한 청지기에게 향하여 잠시 꾸짖는 눈을 붓고 있다가 물었다.

 

“이 사람이 김천 최 장의냐?”

 

청지기도 낭패한 모양이었다. 낭패하여 어릿거리는 청지기에게 향하여 연거푸 병기의 호령이 내렸다.

 

“눈이 눈이 아니고 티눈이기로서니 사람을 바꾼단 말이냐? 썩썩 내몰아라.”

 

남산동 산다는 모는 청지기에게 뒷덜미를 잡혀서 나갔다. 그러나 뜰에 내려서서는 하인과 무슨 승강을 하는 모양이었다. 듣노라니깐 돈 넉 냥이 어떻고 닷 냥이 어떻고 승강을 하고 있다. 잠시 듣고 있을 동안, 병기의 눈살은 차차 찌푸려졌다.

 

하인과 남산동인과의 승강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남산동인은 대감께 뵈려고 그것을 주선하여 달라고 하인에게 돈 닷 냥을 찔러 주었던 모양이었다. 그 덕으로 대감은 김천 최 장의를 부르는데, 하인이 남산동인을 들여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들어는 왔지만 한 마디도 아뢰어 보지 못하고 도로 쫓겨 나가는 남산동인은, 하인에게 아까 주었던 닷 냥을 도로 내라는 것이었다. 닷 냥을 도로 내라거니 안 주겠다거니 뜰에서는 그것으로 승강이가 났다. 병기가 소리를 높여서 세간 청지기를 불렀다.

 

“에서 무에 요란스러우냐?”

 

“잘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어? 대체 누구냐?”

 

“…”

 

“누구야?”

 

두 번째의 힐문에 세간 청지기는 드디어 지금 뜰에서 남산동인과 승강을 하고 있는 청지기의 이름을 대감께 아뢰었다. 동료의 한 일―그리고 또(규모의 크고 작은 구별은 있다 하나) 상전 대감도 만날 하는 일과 꼭 같은 일을 한 동료에 대하여 감싸 주고 싶은 생각은 있었으나, 병기의 두 번째의 힐문에는 대답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병기의 가법에, 같은 말을 주인이 세 번째 묻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번에 두 번까지는 질문을 하였지만, 거기 역시 대답하지 않아서 세 번째 질문하게 되는 날에는, 그 벌은 자기에게까지 이를 줄을 아는 세간 청지기는, 두 번째의 힐문에는 솔직하게 지금 뜰에서 승강이하고 있는 청지기의 이름을 알리었다.

 

병기는 잠시 노여운 눈으로 세간 청지기를 굽어 보았다. 그리고 한 마디씩 끊어서 분한 어조로써 엄명하였다.

 

“××놈은 광에 가두고 남산동 모는 곤장을 쳐서 내쫓으렷다. 조금이라도 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 고약한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