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당한 말이나 또한 그 뜻을 알아 듣기 힘든 말이었다. 산삼이며 돈피가 생산되니 백성을 사랑하여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수령들은 재상가에게 약채전이나 공물이나를 많이 보내는 것으로 주장을 삼지만, 백성의 어른되는 자의 행해서는 안 되는 일이외다. 혹은 공물이 부족하면 인부(印符)를 도로 거두어서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물을 위주해서는 안 되오. 제 일도 제 이도 제 삼도 백성뿐을 위주하여야 하오.”
“지당한 말씀이올씨다.”
“그 지방에 부유(富裕)하고 점잖은 사람이 있거든, 그런 인재는 그냥 흙에 묻어 둘 수가 없으니깐, 나라에 상계를 해서 무슨 벼슬을 시키도록 노력하시오. 그다지 많은 황금이 아닐지라도 인재만 있으면 벼슬은 시킬 수가 있으니깐―”
“지당한 말씀이올씨다.”
삼십 미만의 평안 감사를 지낸 일이 있는 병기는, 백성을 긁어 먹는 온갖 방법을 다 경험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백성을 긁어 먹는 수령들을 또한 교묘히 코오치하고 벗길 줄을 아는 사람이었다.
“연전에 △△가 ××감사로 갔을 때에 이런 일이 있었소, ××은 부읍이라, 돈냥이나 가진 백성들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을 모두 다 상계해서 벼슬을 시킬 수는 없으니깐, 얼마만치는 벼슬을 시키고 나머지는 한 사람 한 사람씩 불러써, 그대의 행실이 갸륵하니 나라에 상계를 해서 벼슬을 시키겠노라고 즉 '말 벼슬'을 주었소. 그러면 그 사람들은 감사에게 대해서 그 상보를 그만두어 달라고 간청을 하지 않겠소?
그 사람들이 처지로 말하면 벼슬을 받자면 오만 냥 이상은 바쳐야 하겠고, 그 벼슬을 삭여 버리려면 감사께 이삼만 냥만 바쳐도 면할 수가 있으니까, 감사께 몇만 냥씩 바치고 벼슬을 구만둡니다 그려. 시속말로 말하자면 벼슬 환퇴금이지. 하하하하! 시골 수령살이를 다니자면 별별 일을 다 겪는 법이외다.”
이 때에 청지기가 왔다.
“대감마님, 김천(金泉) 사는 최 장의라는 선비가 왔습니다.”
병기는 눈을 들어서 청지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뒷말을 채근하는 뜻이었다.
“도령님 연(鳶)줄 값으로 이백 냥을 갖고 왔습니다.”
“외사로 모셔라.”
청지기가 도로 나갔다. 병기는 다시 군수에게 향하였다.
“영감, 춘추가 금년에 얼마시오?”
“쓸데없는 나이만 많이 먹었습니다. 계유생이올씨다.”
“음! 계유라, 마흔 아홉이시군. ××군수로 있을 때 만고 절색을 하나구해 보내 주었더니. 참 ××는 색향이야.”
이런 방면에 많은 경험을 가진 병기는 이 새 군수에게 대하여 차근차근 군수살이의 비결을 가르쳤다. 새 군수는 연하여 머리를 조으며 병기의 훈화를 들었다. 훈화를 다 듣고 일어나서 절하고 하직을 고할 때에, 병기는 청지기를 불러서 외사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천 선비 최 장의를 불러들였다. 병기는 사람 응대를 대개 침방에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