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으로 알고 한 마디 던졌다가 막찔리운 계월이는 눈이 둥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둥그렇게 되었던 눈은 순간에 미소로 변하였다. 명기 현기라는 이름을 듣는 계월이의 혼은, 이 엉터리 트집 아래 머리를 든 모양이었다.

 

“대감, 소인이 대감께 그런 말씀을 드린 게 행실이 글렀다면 아무런 것을 해서라도 사죄를 하오리다. 그렇지만 대감께 거슬리는 말씀을 대감께서는 왜 다른 분께 하셨습니까? 대감께서…”

 

말을 맺지를 못하였다. 갑 판서의 억센 손이 계월이의 뺨으로 날아 온 것이다.

 

“요 망할 계집 같으니! 이놈들! 썩 싸서 흥선 대감께 드리지 못하겠느냐?”

 

계월이는 고꾸라졌다. 그의 코에는 피가 쏟아졌다. 이 갑 판서의 호령에 아직 주저하던 하인들은 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하인들은 남은 음식을 되는 대로 종이에 쌌다.

 

“이 사람, 점잖지 못하게 이게 뭐인가? 어서 가세! 행차 얼른 등대해라.”

 

무안하고 거북하여 영어는 어쩔 줄을 모르고 돌아갔다. 아까 몸을 등칠 뿐 흥선은 죽은 듯이 가만히 서 있었다. 어떤 생각을 하든지 어떤 표정을 하였는지, 다만 그의 등만 약간 떨리고 있었다. 갑 판서의 엄명을 거역지 못하여 한 사람의 하인이 음식 싼 종이를 흥선에게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것을 받으라는 듯이 그의 소매 아래로 들이밀었다.

 

흥선의 몸이 비로소 움직였다. 천천히 하인의 편으로 돌아섰다.

 

“요놈!”

 

놀라운 음성이었다. 산천이 드르렁 울리었다. 작다란 몸집의 어디서 그런 우렁찬 소리가 나왔나? 이 너무도 우렁찬 소리에 영어는 눈을 흥선에게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