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9 / 전체 59
영어는 하릴없이 갑 판서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농담? 자네는 불효잘세 그려! 효성이 있으면 아버님 안주를 어떡허든 마련해 보려고 애쓸 터인데 생기는 안주까지 버리려는가?”
“예익 이 사람! 행차 준비 됐네. 어서 가기나 하세.”
“응, 가지. 자 썩 싸서 드려라. 한 점이라도 버렸다가는 용서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갑 판서가 발을 움직이려 할 때였다. 그 모양을 아니꼬운 듯이 보고 있던 계월이가 갑 판서에게 농담을 한 마디 던졌다.
“대감, 그게 그렇게 아까우세요?”
이 계월이의 말이 드디어 불집이 되었다. 발을 옮기려던 갑 판서는, 천천히 몸을 도로 계월이의 편으로 돌렸다. 오늘 흥선을 감싸는 태도를 보인 것부터 아니꼽게 여기던 터이라, 몸을 돌려서 계월이의 위에 부은 갑 판서의 눈자위는 놀랍게 충혈이 되었다.
“무어 어쩌구 어째?”
이것을 그냥 농담으로 여긴 계월이는 한 마디의 희롱을 더 던졌다.
“그렇게 아까우시면 소인이 대감 댁까지 가져다 드리리다.”
“요년! 너 그게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 기생년의 행실이 그러냐?”
“여보게 판서, 취했네. 가세 가.”
“가만 있게! 기생년이 양반에게…요년! 너 그게 어디서 배운 행실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