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영어가 다리에 힘을 줌에 따라서, 그 틈에 끼인 흥선의 입에서는 낑낑 하고 괴로운 소리가 났다.
“아이 답답해, 답답해!”
“호부하면 놔 주지.”
“아―버―님!”
흥선은 드디어 굴하였다.
“다시 한 번!”
“아버님!”
“그러면 그렇지!”
그러나 영어가 겨우 다리의 힘을 좀 늦추자, 거기서 뛰어 나온 흥선은 도망하여 계월이의 뒤로 피하였다. 그리고 계월이를 방패삼아 가지고 계월이에게 말하였다.
“자 계월아, 그래 누가 아비냐? 네가 판단을 해라.”
계월이의 얼굴에는 억지의 미소가 나타났다. 그리고 손을 들어서 흥선을 가리키며,
“대감이 아버님이시지요.”
“요년! 무얼?”
“아니올씨다. 오늘 일기가 좋다고 여쭈었습니다.”
한 토막의 희롱은 끝이 났다.
그 내막이 어떤 것을 모르는 흥선은, 농담이 끝난 뒤에 여전히 만족한 듯이 다시 상 앞에 와 앉았다. 그러나 영어는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흥선을 오는 참으로 망신시키려는 것을 자기가 가로 맡아 가지고, 아비라 아들이라 하여 슬며시 그 문제를 삭여 놓기는 하였다. 그러나 갑의 눈치로 보아서 어떤 망신을 흥선에게 줄 것은 분명하였다.
그것이 영어에게는 싫었다. 이 다음에 따로이 같이 흥선에게 망신을 준다는 것은 관여할 바가 아니로되 오늘 이 자리에서만은 망신을 주고 싶지 않았다.
“어, 고약한 년이로군!”
흥선과 희롱을 하기 때문에 구겨진 옷을 툭툭 털면서 영어도 도로 바로 앉았다. 상을 받고 술을 먹으려다가 영어 때문에 못 먹은 흥선은, 농이 끝나기가 바쁘게 다시 먹을 것에 달려들었다.
“나만 먹기 미안하외다 그려. 판서도 좀 드시지요. 오자는 안 먹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