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며칠, 용무가 바쁘기 때문에 흥선 댁도 찾아보지 못하고 대비께도 들어가 뵙지 못한 성하는, 삼사일 뒤에 대비께 불리어서 들어갔다. 들어가자 대비는 다른 말이 없이 흥선군을 잠시 모셔 오라는 분부였다. 그리고 그 이유로서는 너무도 갑갑하니, 흥선 같은 좀 색다른 인물이 들어와서 한참 떠들고 가면 좀 나을 것 같아서 당부하는 것이라는 구실을 들었다.
성하는 대비의 분부를 듣고 즉시로 가마를 몰아서 흥선 댁으로 찾아가 보았다. 그러나 낮에 집안에 들어 박혀 있을 흥선이 아니었다. 청지기의 말을 듣자면 서촌관속(西村官屬)들과 같이 아침에 나갔다는 말이었다. 관속 누구냐고 물으매 안필주(安弼周)와 하정일(河靖一)이라 한다.
후일 흥선이 변하여 대원군이 된 뒤에 대원군의 심복이 되어 활동한 소위 천하장안(千河張安)의 네 사람 가운데 '하'와 '안'과 동반하여 나간 것이었다.
당시의 오입장이를 대표하는 이 관속들과 외출을 한 이상에는, 이 장안 어느 구석에 가 박혀 있는지를 짐작도 할 길이 없었다. 혹은 기생방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벌로 놀이를 나갔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 가서 투전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성하는 잠시 대문 밖으로 나와서 머리를 기울이고 있다가, 다시 몸을 가마에 실으면서 교군군에게 기생 계월이의 집을 일렀다.
계월이의 집에도 흥선은 없었다. 아까 잠깐 들렀다가 곧 수군거리며 나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월이의 짐작으로는 어디 투전을 하러 가는 모양이라는 것이었다.
― 이제는 어디서 찾나?
성하 짐작하건대, 오늘 대비가 흥선을 부르는 것은 심상한 일이 아니다. 대비는 심상히 갑갑하여 부른다 하지만, 아무리 갑갑하기로서니 흥선군을 부른다 하는 것은 너무도 기상천외의 일이다. 무슨 다른 곡절이 필시 있을 것이다.
그 곡절에 대하여 또한 짐작이 없지 않은 성하는, 어디서든 반드시 흥선을 붙들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놓쳤다가는 혹은 커다란 일이 틀려 나갈지도 모르며, 그 때문에 장래 또한 어떻게 운명의 변동이 생길지도 모르겠으므로, 성하는 어떤 일이 있든 흥선을 꼭 붙들리라 결심하였다.
계월이의 집에서 나온 성하는 교군을 몰아 가지고 흥선의 갈 만한 곳은 모두 찾아다녔다.
흥선이 지근지근 찾아 다니는 권문 거족들의 댁에도 미심결로 가 보았다.
흥선이 즐겨 다니는 술집도 모두 찾아가 보았다.
그 밖에도 짐작이 가는 집은 모두 찾아 보았다.
그러나 흥선은 찾아 낼 수가 없다.
어디서 투전이라도 하느라고 박혀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성하가 대비의 분부를 받고 대궐을 나온 것은 오정이 조금 지나서였다. 그 성하가 그 날 자정이 지나도록 장안 구석구석을 찾아 돌아다녔으나 흥선은 찾을 길이 없었다.
여기서 성하는 이젠 집으로 돌아갈까 하였다. 그러나 오입장이 혹은 투전군이 왕래하는 것은 자정 이후에서 아침 밝기까지인지라, 투전군 흥선을 찾기 위하여는 이 시간을 빼어 놓을 수가 없으므로, 연하여 흥선댁까지 가서 흥선의 귀댁 여부를 알아보고는 또 다시 교군을 몰아서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하였다.
“제기랄!”
마지막에는 역하여 이런 말까지 그의 입에서 나왔지만 성하 짐작에 적지 않은 일을, 일시에 역함으로 모피할 수가 없어서, 밤을 새워서 이튿날 아침 해가 동녘 하늘에서 오르기까지 쉬지 않고 찾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