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성례한다는 말은 못 들었느냐?”
“못 들었습니다. 김문에서는 정혼은 해 놓고도 흥선군께 불만을 느끼고, 흥선군도 역시 너무 승한 사돈을 좀 불안히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흥!”
“그것은 왜 물으십니까?”
“아니, 별 일은 아니로다.”
별 일이 아니라 하나 또한 심상히 지나가는 질문은 아닐 것이다. 부러 대비가 자기를 불러서 첫 번으로 물은 것이 흥선의 일이며, 더욱 흥선의 아들에 관한 질문인지라 아무리 대비가 별 일이 아니라 하되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혹은 흥선 댁 도령과 맞잡히는 얌전한 규수가 있어서 그 혼사 때문에 묻는 것이나 아닌가, 이렇게 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는 성하는, 얼굴을 조금 들고 대비를 쳐다보았다.
“부르신 일은 그 일 때문이오니까?”
“응, 그 일도 있고 또…”
“또?”
“…”
“또―무슨 일이오니까?”
“또―무얼 그다지 신통한 일은 아니지만―며칠 보이지도 않고 하기에 잠깐 불러 보려고…”
대비는 이만큼 하여 속여 버렸다. 대비로 보더라도 섣불리 당신의 마음을 조카에게 보였다가, 일이 그릇되는 날이면 그 화가 조카에게까지 미칠 종류의 서이므로 내심을 말하기가 힘들었다. 대비는 모시는 나인에게 향하여 손가락질하여 담배를 붙여 오라고 명하고, 또 다탕(茶湯)과 생과를 들여오라고 명하였다.
“너, 이 도정 사사(賜死)에 관해서 상세히 알면 아는껏 어디 말해 봐라.”
이윽고 대비에게서 이런 말이 나왔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성하의 가슴은 뜨끔하였다.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되 대비에게서 처음에는 흥선 댁 도령에 관한 질문을 듣고, 그 다음에는 이하전 사사에 관한 질문을 듣게 된 성하는, 그 두 가지의 사건을 결합하여 가지고 한 가지의 결론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