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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손이는 덕흥대원군의 봉사손, 상감은 영묘의 직손, 인손이가 무슨 관계가 있겠소?”
조 대비가 여기서 커다란 음모의 움직임을 직각하였다. 아직껏 승통자로 내정되었던 인손이며, 대왕대비도 응낙을 했던 일이어늘, 여기 별안간 그 일이 번복이 된 것이었다. 조 대비는 온갖 예의와 절차를 잊었다. 그리고 조급히 물었다.
“흥녕군이오니까? 흥인군이오니까? 흥선군이오니까?”
갑자기 머리에 떠오른 영묘의 직손 가운데서 시재 생각나는 몇 사람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러나 김 대비는 머리를 여전히 가로 저었다.
“그러면 누구오니까?”
“강화 전계군(全溪君)의 셋째아들―전하께는 칠촌숙이 되는 분이오.”
“인손인 어떻게 되옵니까?”
“인손이는 인손이지, 덕흥대원군의 봉사손이 아니오?”
이것은 왕위 찬탈의 크나큰 음모였다. 상감이 아직 계신데 상감의 뜻도 알아보지 않고 아무리 대왕대비기로서니 너무도 남월된 일이었다.
조 대비는 여기서 이 일을 아드님되는 상감께 호소하고 싶기가 끝이 없었다. 그러나 임종의 상감께 이런 귀찮은 세상사를 호소하려 마음을 어지럽게 하기는 어머니로서 도저히 못 할 일이었다.
동기며 원인이며 경로가 분명한 이 음모를 조 대비는 눈을 감고 복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보를 받들고 유유히 돌아가는 시어머님의 등에 던진 조 대비의 눈에는 원망이 사무쳐 있었다. 사랑하는 아드님의 마지막 안정을 위하여 모든 일을 꾹 참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