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전이 역모를 하던 것이 발각되었사와 사약을 하였다 하옵니다.”

 

내사가 들어와서 이 보고를 올릴 때는, 종실의 어른되는 조 대비는 나인(內人) 최씨에게 머리를 빗기우고 있던 때였다. 벌써 여기저기 잡혔던 얼굴의 주름살이 한 순간 쭉 펴졌다.

 

“이하전이란 인손(仁孫)이 말이냐?”

 

“목릉 참봉(穆陵參奉) 도정 이하전이올씨다.”

 

툇마루에 끓어 엎드린 내시는 황공히 아뢰었다. 내시의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대비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내시를 굽어 볼 뿐이었다. 잠시 뒤에야 대비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

 

“대신의 한 일이로구나!”

 

“어명이올씨다.”

 

“아니로다. 상감마마가 무엇을 아시느냐? 교동(校洞) 대신의 한 일이로다.”

 

그리고 거기 대하여 내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을 내리 씌우듯이,

 

“상감마마께 내가 즉시 뵈옵겠단다고 아뢰어라.”

 

고 명하였다

 

내시는 절하고 나갔다. 최씨는 다시 빗을 들었다. 그리고 벌써 드문드문 흰털이 보이는 대비의 머리를 빗기면서 말하였다.

 

“대비마마! 소인도 들었사옵니다.”

 

“응, 너도 들었느냐? 들으면 왜 일찍이 말하지 않았느냐?”

 

“왕대비마마(현종비 홍씨)께옵서도 친히 국청에 납시와 옥초(獄招)를 보셨다 하옵니다.”

 

“?”

 

최씨의 손에 잡히여 있던 머리를 홱 뽑으며 대비는 최씨를 돌아보았다. 얼굴이 창백하여졌다. 눈에는 충혈이 되었다. 망칙하고 해괴한 일―왕대비의 몸으로 몸소 국청에 나가서 옥초를 보았다는 것은 웬일이냐?

 

“그게 언제 일이냐?”

 

“어젯일이올씨다.”

 

“그럼…”

 

대비는 말을 끊었다. 뒷말은 너무도 하기가 어려운 말이었다.

 

“사약도 벌써 하였겠구나!”

 

“어제 즉일로 하였다 하옵니다.”

 

어제 즉일로―그러면 벌써 저질렀다. 도정 이하전이는 벌써 죽었을 것이었다.

 

“잘들 한다.”

 

한참 뒤에 대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