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여쭈어 보겠습니다. 만약 종친 중에 김문에서 알지 못하는 '인물'이 있으면, 이번의 불상사를 다행으로 여기겠습니까, 불행으로 여기겠습니까?”
무슨 깊은 뜻을 머금은 듯한 성하의 질문에, 흥선은 낭패한 표정으로 대하였다. 성하가 자기의 말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만약 다른 '인물'이 있다손 치면, 이번의 불상사는 그분에게는 도리어 경쟁자 하나이 없어져서, 장래 목적을 달하기에 좀더 가능성이 많아지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깐 그런 분이 있다 하면 이번의 불상사가 그 이에게는 도리어 복이 되지 않았겠습니까?”
흥선은 알아 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머리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그가 성하의 말에 분명히 낭패하였음을 나타내었다. 성하의 말이 분명히 그의 마음을 찌른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를 못하겠네.”
“대감? 이번의 불상사가 대감께 있어서는 도리어 전화위복의 격이 아닙니까? 장래의 기약에 한층 더 가능성이 많아지지를 않았습니까?”
그러나 흥선은 알아 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머리를 기울이며 담뱃대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담배를 담으며 성하에게,
“아까운 인물―마지막 인물이 없어졌다. 인제는 종친 중에는 천치나 부랑자나 헌놈밖에는 남지를 않았다. 쓸 인물은 하나씩 하나씩 다 없어지고… 여보게 성하, 나도 인물 못나기가 되려 다행일세 그려! 잘났더면 견디어 배기질 못할걸. 자네는 조문(趙門)에 태어나길 잘했지. 자네가 이문(李門)에 태어났더면 이번은 자네 차례일세. 다행이야.”
한 뒤에 싱겁게 껄껄 웃었다. 그리고,
“잘났다 못났다 말이나 말게, 잘나기 못나기는 보기 탓이지.”
잡가 한 마디를 코로 흥얼거리면서 담배를 붙여 물었다. 성하는 멍하니 흥선을 우러러볼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