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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지나면 알 일이지만 궁금해서 물었소. 아마 새남터로 갔겠지요?”
거기 대해서도 금부도사는 침묵으로 응하였다.
하전은 질문을 중지하였다. 그리고 아직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약 그릇을 한 번 굽어 본 뒤에, 몸을 고즈너기 일으켜서 북향 사배하였다.
북을 향하여 절한 뒤에 도로 몸을 제자리에 바로하고, 약이 뜨거운지 어떤지를 새끼손가락을 넣어 둘러서 짐작을 본 뒤에, 고요히 약 그릇을 양손으로 받쳐 들었다.
독을 푼 그릇을 쳐들 때에도 하전은 손도 떨지 않았다. 이미 피할 수 없는 길인 줄 각오한 이상에는, 깨끗이 자기 위에 임한 괴로운 잔을 받기로 결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관복을 단정히 하고 엄숙한 태도로 약을 든 하전은 눈을 고요히 감고 입을 그릇에 갖다가 대었다. 꿀꺼덕 꿀꺼덕 꿀꺼덕! 세 번 소리를 내어서 약을 들이켰다. 그리고 그릇을 도로 고요히 놓은 뒤에 도사에게,
“복명하오.”
침착한 소리로 말한 뒤에 자기의 몸이 어지러이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장침과 사방침을 좌우편 옆으로 끌어다 놓았다.
이리하여 하전은 고요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그와 역모를 같이 하였다는 죄목으로 금부에 잡힌 친구들은 그 전날 벌써 가지각색의 악형을 다 받고, 서소문 밖에서 참형을 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