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신들이 의논하온 결과, 이하전이 아무리 역천의 죄를 지었삽기로, 덕흥 대원군의 자손이매 선성(先聖)의 공을 보아, 멸족까지는 과심하옵고 사약을 하옵는 것이 지당하올까 하옵니다.”

  

“그렇지! 옳은 일이외다. 매를 칠 수가 있소? 사약―약을 주면 그것을 먹고 죽겠다. 하하하하! 그 약이 몹시 쓰오?”

  

“역적 이하전도 전하의 관대한 처분에 감읍할 것이옵니다.”

  

“감읍하여야지요. 대감, 이 하준이―하전이?―를 보시거든 감읍하라고 그러서요.”

  

“황공하옵니다. 전하 만수무강하옵소서.”

  

―이리하여 봉명 승지는 그 하나는 약원(藥院)으로 약을 짓기를 명하러, 또 하나는 금부 도사에게로 하전의 최후를 감시하기를 명하러 갔다.

  

좀 뒤에 금부 도사와 의관은 구슬픈 사명을 띠고 하관들을 거느리고 도정의 댁으로 갔다.

  

“―더럽히지 않았습니다. 아직 더럽힌 일이 없습니다. 가문의 명예, 소손(小孫) 저의 대에서는 조금도 더럽힌 일이 없습니다. 지금 이것을 이대로 소손의 사자(嗣子)에게 물려 주옵고, 소손은 대대의 조선(祖先)이 계신 나라로 가고자 하옵니다.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가묘에 마지막 봉고를 하는 하전―

  

사모 관복 품대, 도정(都正)의 정장(正裝)으로서 하전은 최후의 봉고를 하였다.

  

중종(中宗) 때부터 군가(軍家)를 갈라져서 덕흥 대원군의 대에서 선조 대왕을 왕실로 바칠 뿐, 명예 있는 종친의 일가로 전면히 내려온 대대의 위패 앞에 꿇어 앉은 하전의 눈 좌우에는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