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거기 대하여 병필이 맹렬히 반대하였다. 오늘 내일 미루어 가다가 여차하는 날에는 땅을 두드려도 번복하지 못할 일이니, 의논이 시작된 이 기회에 결말을 내자는 것이 병필의 의견이었다.
이하전과 가까이 지내는 친구 몇 명을 금부로 잡아다가 독한 국문을 가한 후에, 그들이 토사하였다는 구실로서 이하전을 없이하여 버려서 화근을 미리 씻어 버리자는 것이었다.
하옥은 이 의논에 자기의 의견은 말하지 않았다. 얼굴에 호인다운 미소(이런 긴한 회의에 있어서도 하옥은 호인다운 미소뿐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고 나타내는 것이다)를 띄고 잠자코 조카들의 격론을 듣고 있었다. 병국이 병학의 편을 도와서 천천히 일을 진행시키는 편이 좋겠다 하면, 남병철은 병필의 의견에 찬동하여 즉시 결행을 주장하였다.
이리하여 두 가지의 의논이 서로 타협되지 못하고 그 재단을 좌장 하옥에게 구하게 되었다. 호인다운 미소로써 의논을 듣고 있던 하옥은 자기의 아들 병기를 돌아보았다.
“네 의견은 어떠냐?”
자기 아버지와 같이 먹먹히 듣고만 있던 병기가 비로소 머리를 들었다.
“장래의 일은 어떻게 될는지는 지금 미리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혹은 이 도정이 그냥 있더라도 아무 관계도 없게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불행히 재미 없는 일이 생길 때가 있게 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하전을 없이했다고 우리에게 불리한 일은 없을 테니, 없이하여 손해 없고, 그냥 두었다가는 혹은 불리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이하전, 결행해 버리는 것이 좋을 줄 생각합니다.”
병기의 의견이 병필에게 가담된 것이었다. 이리하여 왕족 이하전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그 뒤에 다른 왕족들에 대하여도 그들은 물색하여 보았다. 물색하는 가운데는 흥선의 이름도 나왔다. 그러나 흥선의 이야기가 나온 때는 이 척신 일동은 그만 소리를 내어 웃었다. 시정의 무뢰한―술 잘 먹고 투전 잘 하고 생일집 잘 찾아 다니는 흥선과, '장래의 국왕'과의 사이에는 너무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흥선을 영립하게 되면 재미있겠습니다.”
“용상 앞에 막걸리 병을 가져다가 놓고…”
“정전에 투전판을 차려 놓고…”
“하하하하!”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