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왕통 승계자가 작정되기까지의 기간을 이 종친 중의 위물(偉物)인 하전을 경이원지하여 먼 곳에 정배를 보내자는 의논이 가장 세력이 있었다. 자기네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하전에게 역모의 죄명은 씌웠으나나, 뻔히 죄 없는 줄 아는 하전을 극형에까지 처하기는 그들도 좀 어려웠던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 대하여 김병필이 극력으로 반대하였다. 화근을 없이하는 기회에 철저히 없이할 것이지, 그런 뜨뜻미지근한 방책은 쓸 것이 아니라고 맹렬히 반대하였다.

  

이리하여 의논이 분분한 뒤에, 드디어 두 가지의 의견의 가운데를 취하여 역적 이하전에게 사약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임금의 재단을 구하러 영의정 하옥 김좌근이 배알하였다.

  

관복을 갖추고 황황히 입궐 배알한 하옥이,

  

“덕흥 대원군의 사손 도정 이하전이 역모를 했사옵니다.”

  

이렇게 계달할 때에, 상감은 안석에 몸을 의지하고 몽롱히 하옥을 건너다 볼 따름이었다. 재위 십 이 년 간 아직 한 가지도 새 일을 못 기억하는 상감은, 덕흥 대원군이 누구이며 이하전이 누구며 역모가 무엇인지 똑똑히 생각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용산서 수상한 장정 몇 명이 무슨 밀의를 하옵는 것을 금부에 잡아다가 국문을 했더니, 의외에도 역모를 하던 것이 탄로되옵고 수괴는 이하전이옵니다.”

  

상감은 비로소 이하전이라는 인물이 못된 일을 하다가 잡힌 것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흥, 그 놈 잡아다가 매를 쳐야겠소그려? 곧 잡아 오도록 하시오.”

  

자리가 불편한 듯이 연하여 비비적거리며 왕은 이렇게 하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