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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에서 정침으로 돌아온 때는 하전의 마음은 얼마만큼 가라앉았다. 그가 청지기에게 대궐서 봉명 승지가 오거나 금부도사가 오면 여니와, 그 밖에는 집안 사람이라도 방에 들이지 말라고 엄명한 뒤에 사후의 처리에 착수하였다.
유훈을 썼다.
유언을 썼다.
서류를 전부 정리하였다.
사후를 위한 정리가 죄 끝난 뒤에 하전은 비로소 내실로 들어갔다.
예복을 갖춘 채로 내실로 들어오는 하전을 의아한 눈으로 부인이 우러러 볼 때에, 하전은 아랫목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부인!”
“네?”
“조선 봉사, 후손 양육―어려운 일이외다. 잘 맡으시오.”
“네?”
부인은 영문을 알지 못하였다. 더욱 의아하여 쳐다볼 뿐이었다.
“역모에 몰렸소이다.”
청천의 벽력이었다. 종친, 종친 가운데도 꿋꿋하게 태어난 이의 가족은 언제든 조마조마하여 이런 일이 오지나 않을까 하고 조심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듯 급격히 이를 줄은 꿈도 안 꾸었던 부인은, 이 청천의 벽력 같은 한 마디에 잠시도 입만 딱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러나 겨우 이 무서운 비극이 이해될 때에, 와락 달려들면서 통곡을 시작하였다.
“아이고 나으리! 이 일이 웬일이서요?”
그러나 통곡하는 부인을 도정은 고즈너기 밀었다.
“벌써 십 이 년 전에 당했을 일이외다. 십 이 년 간을 더 살았으면 넉넉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