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죄 때문에 지금 자기의 위에 임한 잔―그것은 너무도 과한 잔이었다. 억지로 씌우는 잔인지라, 피할 길도 없다. 이 잔은 너무도 잔혹한 잔이었다.

  

송구히 설렁거리는 가슴을 부둥켜 안고, 하전은 가마를 몰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 영문을 모르는 자기를 맞는 가인들이며 가족들을 손짓으로 물리치고, 하전은 하인을 시켜서 관복을 내다가 갈아 입고 급급히 그의 그림자를 가묘(家廟) 안에 감추었다. 선조 대왕의 아버님 덕흥 대원군과 영전에 가문의 위급을 봉고할 사손(嗣孫)의 지위로서―

  

“이전에 임금이 될 뻔하고 못된 그 벌충을 하기 위하여 이하전은 부량한 장사들을 모아 역모를 의논하였다. 도당들은 모두 잡았다. 하전은 집으로 돌아가서 어명을 기다린다.”

  

사건은 이렇게 만들게 되었다.

  

이 이하전을 두고 권신들 가운데서는 하전의 처치에 대하여 의논이 분분하였다.

  

하전의 친구들을 금부로 잡아다가 때리고 두들기고 별별 악독한 고문을 다 하여, 소위 토사라 하는 것을 만들어 내었다.

  

“역모를 하였소이다. 이하전을 추대하기로 하였습니다. 용산서 거사의 의논을 하다가 잡혔습니다.”

 

이만한 토사를 만들어 내기는 하였다. 그러나 그 처형에 있어서 원배를 보내자, 사약(賜藥)을 하자, 멸족(滅族)을 하자, 여러 가지의 의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