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일로 원범을 덕완군(德完君)으로 봉하였다. 그리고 노신 정원용을 시켜서 강화로 가서 신왕 덕완군을 모셔오게 하였다. 즉 현 상감 철종―당시의 보령 십 구. 종실 공자지만 영락되고 영락되어서 강화도에서 초동(樵童)으로 지내던 노총각―

  

세 임금을 먼저 보내고 네 번째의 임금을 봉영하러 늙은 재상 정원용은 도승지 홍 종응(洪鍾應)과 몇 시위 장사들을 인솔하고 강화도로 향하였다.

  

강화도에서 겨우 농사를 짓고 새를 베어다가 보리밥이나 굶지 이러고 지내던 전계군(全溪君) 댁에서는, 조정의 백발 재상이 장사를 인솔하고, 앞으로 연(輦)을 모시고 왔는지라, 망지소조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왕족으로 태어났다가 잘못하다가는 역모로 몰려서 화를 보기가 쉬운 시절이라, 이 뜻 안 한 관원들의 행차에 모두들 숨고 뛰고 야단하였다. 동리 사람들은 큰 구경거리가 났다고 멀리 모여서 서로 수군거렸다. 이 삼천리 강산의 최고 지배자의 위에 오르게 된 원범은, 그런 것도 모르고 그 때 새를 베러 뫼에 올라가 있었다.

  

일변 피한 가족들을 도로 데려 오고, 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불러 오고, 그들에게 오늘 조정에서 재상이 이리로 오게 된 까닭을 알리고 이해시키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설명하여 주어야. 이 청천벽력 같은 길보를 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몸만 벌벌 떨고 있는 것이었다.

  

집안 사람들이 겨우 오늘의 행운을 이해하고 동리 사람들도 겨우 눈치채서, 이 가난하고 또 가난하던 이씨 댁이 오늘부터는 대원군 댁이 된다고 서로 눈을 둥그렇게 하고 수군거리며, 가족들은 어서 산으로 가서 오늘의 주인공을 찾아 오라고 야단할 때에, 이런 괴변(?)도 모르는 행운의 총각은 새를 한 짐 하여 지고 유월 염천에 땀을 벌벌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시위 장사가 문 밖에 늘어섰고, 뜰에는 백발의 재상이 역시 높은 관원을 데리고 서 있으며, 가족들은 한편에 모여서 욱적거리는 양에, 이 총각은 서먹서먹하여 들어서면서 샛짐을 벗어 놓고 몰래 도로 피하려 하였다. 그것을 먼저 발견한 것이 전계군 부인이었다.

  

“원범아, 이리 오너라.”

  

지금은 아무리 어머니라도 휘(諱)를 감히 부를 수 없는 지존임에도 불구하고, 향속에 젖은 부인은 습관대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정원용이 그 편을 보았다. 짐작이 갔다. 원용은 멀리서 그 총각께 절하고 가까이 가서 그 앞에 엎디었다.

  

“전하! 판중추 신 정원용(判中樞臣鄭元容)이 봉영차로 왔습니다.”

  

총각은 눈을 둥그렇게 하였다.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