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먹을 게 없어서 고기 밥을 도적해 먹는담?”

  

흥선은 담배를 떨어 버리면서 이렇게 을러 보았다.

  

“황송하옵니다.”

  

그래도 자기를 사람이라고 찾아와서 이런 부탁을 하는 이 서방을 볼 때에 사실 가엷었다. 그리고 거기 따라서 자기의 입장이 더욱 괴로웠다.

  

걱정 말아라, 무사히 만들어 주마―이렇게 안심시키고 싶은 생각은 얼마나 많았으랴? 일개 시골 기생―아무리 지금은 당당한 영의정 김좌근의 총애를 받는다 할지라도, 역시 소실에 지나지 못하는 양씨의 세력이 너무도 큰 데 대한 미움도, 새삼스러이 흥선 마음을 더 아프게 하였다.

  

'奪民之食 施江魚 奪此與彼之禍 不亦甚於 鳥鳶?蟻 之問乎'

백성의 밥을 빼앗아  강 물고기에게 주니

이쪽을 빼앗아 저쪽에 주는 재앙(禍)이

또한 까마귀(나) 솔개(가) 개미(를 잡아먹는)사이 보다 심하지 않은가?

 

옛날 윤원형의 첩 난정(蘭貞)의 일에 대하여 사가(史家)가 욕한 그것과 꼭 같은 양씨의 일을 정면으로 비평할 수조차 없는 자기는 무력한 공자였다.

 

이 서방은 연하여 땅에 머리를 조으며 애원하였다. 흥선은 연하여 긴 한숨만 쉬고 있었다. 이렇게 한나절을 무위히 앉아 있다가, 흥선은 벌떡 일어나서 침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런 뒤에 청지기를 불러서,

 

“이 서방이란 놈을 끌어다가 문 밖에 내쳐라.”

  

고 호령을 하였다.

  

그러나 이 서방이 하인들에게 끌리어서 나갈 때에, 흥선은 문을 방싯이 열고 초연히 끌리어 가는 이 서방의 뒷모양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 서방을 그냥 내쫓은 흥선의 마음은, 쫓겨나가는 이 서방의 마음보도다 더욱 아팠다.

  

“음!”

  

―태조 강헌황제폐하(太祖康獻皇帝陛下)! 당신은 당신의 후손이 지금 이렇듯 가슴 찢어지는 듯한 일을 겪고 있는 것을 아시나이까? 찢어지는 듯하옵니다. 이 당신의 피를 물려받은 가슴이…

  

흥선은 눈을 깜박일 줄도 잊은 듯 묵연히 앉아 있었다.